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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62209745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18-11-19
책 소개
목차
1부 엄마가 늙었다. 우리는 뭔가를 해야만 했다
병문안을 가다
올라가는 건 문제없어! 내려오는 게 문제지! - 엄마의 독특한 표현법
심장운동? 또 그 얘기야! - 엄마의 고집
빌어먹을 쓰레기, 다 버려! - 엄마의 이사
81세 생일,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가발이 훌러덩
죽으면 죽었지, 요양원엔 절대 안 가!
도그자식과 피자 굽기
엄마의 노화는 날벼락처럼 느닷없이
삼남매의 대책회의
병원에 간 엄마
가슴에 손대는 게 싫었어… - 엄마는 우리에게 암을 숨겼다
이제 어쩌지? - 길을 잃다
2부 이제 엄마는 홀로 자기 길을 가야 했다
암환자 엄마와 비관주의자 아들
아버지의 죽음
무슨 일이 생길까봐, 우리는 매일 두려워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 엄마의 입원
나, 집에 갈래 - 우리의 마음도 모르고
인생의 마지막 정거장일지 모르는 곳 - 결국, 요양원에 가다
암센터의 이상한 논리
부모님의 결혼 - 모든 것의 시작
내가 세계혁명을 꿈꿨을 때
영화배우가 될 뻔했던 형제
엄마의 치아는 어디에?
머리뚜껑 닫고 틀니 끼우면 몰라보게 멋있어
엄마, 전화를 왜 안 받아?
예기치 못한 사고
휙-착! 코를 박고 엎어졌지! - 엄마가 묘사한 낙상 과정
노인 장기요양 1등급을 신청하다
3부 의사는 말하고 엄마는 듣지 않는다
내가 여기 있는 게 더 나은 거지? - 갑작스런 엄마의 이해심
염병할 영화관!
의사를 목사로 착각하다
마당 있는 집을 꿈꾸던 나의 유년시절
엄마는 이제 혼자 살지 못한다
요양원에서 맞는 크리스마스이브
요양등급 판정 - 운명의 날
어딜 가나 멍청이들뿐! - 요양원을 나가고 싶은 엄마
엄마에게 광팬이 생겼다
나는 엄마에게 화를 냈고 엄마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의사 양반, 나는 매일 아침 7시에 똥을 싸야 해
4부 그저 놀고먹기에는 너무 늙었고, 희망 없이 살기에는 너무 젊다
할머니는 진짜 못 말려 - 손자의 병문안
다시 내리막길
젠장, 나도 늙겠지!
엄마의 퇴원 위협
엄마 홀로 집에
음식 얘기만 하는 엄마
엄마는 이제 머리뚜껑을 쓰지 않는다
유머의 힘
자식 때문에 익숙한 삶을 살아온 부모님
암센터의 용감한 세 여자
그리고 다시 집으로 - 우리는 함께 해냈다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엄마, 좀 어때요?”
“죽을 맛이야. 집에서 고꾸라지다니 재수 옴 붙은 거지, 염병.”
예전에 엄마는 사람들의 눈을 많이 의식했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엄마한테는 아주 중요했다. 하지만8 1세가 된 지금, 이곳 병실에서는 그런 거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삐삐’라 부르며 애지중지하던 가발도 벗고 있었다. 삐삐는 침대 옆 서랍에 낀 채 삐죽 나와 있었다. … 나는 엄마를 빤히 보며, 여전히 꽃다발을 손에 든 채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나는 우리의 트라우테 슐렌츠 여사 침대 앞에 서 있었다. 엄마는 베개에 등을 기대고 커다란 눈으로 나를 빤히 보았다. 목소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카랑카랑 힘이 넘쳤지만 엄마는 확실히 쇠약해졌다. 1년 전부터 엄마는 급격히 약해졌다. 늙고 병든 엄마 때문에 가족 모두가 절망의 늪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이날은 절망의 늪 밑바닥을 찍기 바로 직전이었다. 누나와 남동생 그리고 나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더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엄마가 늙었다! 우리는 뭔가를 해야만 했다.
_〈병문안을 가다〉중에서
엄마는 물건을 못 버렸다. 자기 물건이면 특히 더했다. 그리고 엄마는 물건이 아주 많았다. 우리 집에는 손톱깎이가 한 개 있다. 엄마 집에는 여섯 개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손톱손질 풀세트와 손톱손질용 전동 줄도 있다. 세제는 또 어찌나 많던지, 우리는 엄마가 혹시 마트를 몽땅 턴 게 아니가 잠깐 걱정했다. 우리의 슐렌츠 여사는 테이블보가 20장, 수건이 약 50장이나 있었고 침대시트는 유스호스텔 하나를 커버할 만큼 많았으며 머리빗은 여덟 개나 되었다. … 정리가 진행되면서 마침내 엄마는 새집이 옛날 집보다 좁다는 걸 깨달았고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쓰레기, 다 버려!” 상자를 열 때마다 계속 이렇게 말했다. 의자, 탁자, 옷 그리고 장들이 사회복지시설로 보내지거나 재활용쓰레기로 버려졌다. 엄마는 군사령관처럼 배치를 지휘했다. 엄마는 무엇이 어디에 놓여야 할지 정확히 구상하고 있었다. 우리가 상자를 끌어와 열면 엄마가 명령했다. “부엌으로!” 혹은 “이런 쓰레기 같은 책들은 버리고 왔어야지!” 그리고 이사를 마친 뒤에는 예외 없이 모두 맥주를 마시라고 명령했다. 전통이라면서.
_〈빌어먹을 쓰레기, 다버려! -엄마의 이사〉중에서
엄마는 점점 더 자주 전화해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았다. “앞이 잘 안 보여.” “기운이 없어서 소파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어.” “마트도 못 가겠어.” 이런 전화를 받으면 당연히 마음이 아팠지만 가끔은 짜증이 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뭘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요양원 얘기를 꺼내자마자 엄마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시끄러! 죽으면 죽었지 요양원엔 절대 안 가.” 그동안 우리 자식들은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않았고, 부모님 역시 자식들 집에 자주 들르지 않았었다. 이따금 전화만 할 뿐 각자 자기 삶을 살았다. 그리고 모두가 그런 독립성을 좋아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삼남매는 교대로 엄마 집에 가 냉장고를 채워놓고 엄마가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두어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방법밖엔 없었으니까.
우리 삼남매가 이렇게 열심히 엄마를 돌보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고 이상했다. 엄마는 누구보다 독립성을 중요시했고 어쩌다 자식들이 방문하면 “이제 그만들 꺼져. 조용히 좀 쉬게”라고 말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엄마가 이제 점점 더 쇠약해지고 있었다.
_〈죽으면 죽었지, 요양원엔 절대 안 가!〉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