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2491010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1-05-0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은행나무 아래 빈자리-004
엮은이의 말
어머니의 일기를 책으로 내며-010
어머니 일기
세월이 하도 잘 가서-020
그리고 기억
어머니의 시루_영자-138
할 말 있소_치용-143
자랑스러운 유전자_화용-153
그게 인생이다_순점-158
하루를 살아도_승안-164
어둠 너머서 부르던 목소리_영숙-170
대답소리_영미-174
은행나무가 보고 싶다_팔용-179
어머니의 시-188
사진-192
책속에서
어느 날 퇴근해보니 평소에는 기다렸다는 듯 반기던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숨이 차서 잘 걷지도 못하는데 어딜 가셨나 찾아보니 어스름 스민 작은 방에서 모로 누워 잠이 들어 계셨다. 들릴 듯 말 듯 한 숨소리를 따라 속옷 사이로 드러난 하얀 어깨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후덥지근한 공기를 간신히 밀어내고 있는 어깨가 몹시도 가녀리고 애잔하고 쓸쓸해보였다. 강하고 투박한 줄만 알았던 당신에게 고운 속살이 있을 줄 생각지 못했는데, 낭만도 멋도 없는 줄 알았는데 늙고 병든 몸에도 사랑스런 여인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버지가 배들이 장터에 살던 여자와 잠깐 정분이 났을 때 나라도 퉁명한 어머니보다 예쁘고 상냥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겠네 하였다. 아버지가 야산을 개간할 때 감자 한 알 미리 싸 보내지 않은 어머니를 야속해했던 마음이 아직 남아있을 때였다. 밤늦게 일마치고 돌아오다 길가 무덤 잔디밭에 실신하듯 누워있기를 수십 번, 죽을 들고 마중 나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어머니가 애정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게도 살뜰하지 않은 것 같아 거리감이 느껴졌었다. 푸석한 머리에 가죽처럼 질기고 검은 피부에 상냥하지도 않아 아버지가 한눈을 판 것이라 생각했다.
― 「하루를 살아도」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