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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2620496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1-11-1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5
1악장 알레그로
삼중 협주곡 15 / 브라키오사우루스 18 / 불편한 동거 23 / 봄나물 이야기 28
2악장 라르고
선구불장증 35 / 개똥장미 정원 38 / 연금술사 43 / 뻐꾹왈츠 48 /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52 / 달빛 밟기 56
3악장 미뉴에토
사소한 행복 63 / 초상권과 저작권 68 / 마스크 뒤에 숨은 미소 72 / 대봉곶감 이야기 77 / 곶감 명장 82 / 맛의 정진 85
4악장 알레그레토
곶감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91 / 동안거 96 / 옵션 100 / 곶갑 105 / 말러 교향곡 1번 110 / 귀감 114
저자소개
책속에서
봄은 노란색이라고 노래하는 꽃다지와 봄은 하얀색이라고 주장하는 냉이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논둑, 밭둑 그리고 강둑에서 전면전으로 번졌다. 전투에서 기세를 올리기 위해 꽃다지는 노란 꽃대를 마구마구 올리고 냉이는 하얀 꽃을 구름처럼 피웠는데, 하느님은 꽃다지 편이었다. 하느님은 냉이를 맛있게 만들고 꽃다지는 예쁘게 만들어서 봄처녀가 냉이만 모두 솎아 내게 했다. 사월이 오기 전에 냉이는 사람 뱃속으로 다 들어가고 꽃다지는 노오란 봄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마음은 나도 박새 못지않다. 알을 품는데 혹 방해가 될까 봐 장미넝쿨 앞에서 나는 매우 조심스럽다. 장미 넝쿨 앞에 수도가 있는데 솔 순을 씻으려고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다가가면 박새는 개미 똥구멍만 한 눈동자를 반짝이며 나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한다. 내가 웃으며 괜찮다고 해도 미덥지 않은 눈치다.
많이 기다리던 뻐꾸기가 올해는 좀 늦게 왔다. 반가운 뻐꾸기 소리가 어제 해거름에 잠깐 들리더니 오늘은 종일 공연이 이어진다. 뻐꾸기는 한 마리만 울어도 오케스트라처럼 울려 퍼진다. 꾀꼬리는 피콜로 연주자이고 딱따구리는 드럼 연주자다. 뻐꾸기는 호른 연주자다. 새들은 모두 한 가지씩 악기를 연주한다. 하지만 뻐꾸기는 호른을 연주하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바렌보임이 피아노를 치며 런던 필하모니를 지휘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는 봄이 오는 여름과 손을 잡고 왈츠를 추는 아름다운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