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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2901380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4-11-29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사유를 만나다
오렌지마트
순댓국
사유를 만나다
지키지 못한 약속
우생마사
커피예찬
2부 오래된 집
노란색 고무밴드
오래된 집
골목 위의 휠체어
아버님 집 떠나시던 날의 풍경
나의 새끼 손가락
감나무가 있던 자리
3부 귀래관에서
창령사 오백나한전을 보고
땅끝에서
최명희 문학관에서
광통교 아래에서
귀래관에서
차밭 위에 뜬 달, 다솔사 안심료에서
4부 바다, 섬 기행
태안, 소매 끝에 묻은 얼룩
고군산열도의 선경, 선유도
감포, 과거로의 시간여행
부안, 이팝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는데....
구룡포와 영일만에서 만나는 바다
1 억 년 전의 흔적 앞에서 서성이다, 경남 고성
저자소개
책속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던 그 처자가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큭~’ 하는 소리와 함께 급격하게 기울어지는 상체. 손에 들린 잔 속의 소주는 또 다른 파고를 만들고 주위의 시선은 순간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진다. 산다는 건 테이블 위에 놓인 청양고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운 일이다. 삶이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것. 진흙탕의 삶 속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는 것을 쓴 소주잔을 기울이는 이곳의 손님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어떤 위로나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일이다. 자신이 무너졌던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며, 눈물을 떨구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려 볼 뿐이다. 누군가 뜨거운 국물에 눈물 몇 방울을 섞는다 해도, 훌쩍이는 소리가 손님들의 귀를 파고들어도 얼핏 눈길 한번 주는 것으로 그만이다.
- <순댓국> 중에서
굳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서 보지 않아도 좋다. 조금 떨어지면 두 반가사유상의 시선과 동시에 마주한다. 작품 앞에 서서 미소의 근원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또 다른 위안을 얻는다. 후회하는 삶을 산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훌륭한 예술 작품은 감상하는 관람객과 한 프레임에 넣고 보아도 또 다른 작품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작품을 넘어 인류의 유산이 된다.
- <사유를 만나다> 중에서
할머니는 여전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걷는다. 목적지에 도착한 할머니가 어딘가로 들어가 버리고 달빛 속에 나만 남겨지면 어쩌지? 조급함과 함께 어머니의 뒷모습을 닮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등을 민다. 조금 더 가까이 가면 돌아보실까. 서너 걸음 차이로 거리를 줄인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볼까?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그리고 곁눈질로 얼굴을 확인하려는 순간,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깨닫게 되는 것 하나.
‘아! 이런 것이구나.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
- <지키지 못한 약속>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