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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2404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9-08-29
책 소개
목차
Chapter. 2 손끝에서 시작된
Chapter. 3 명백한 질투
Chapter. 4 거짓이라도 진심으로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 집으로 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잔뜩 커진 눈이 주원을 담았다. 잘게 떨리는 시선을 받으면서도 그는 표정 하나 변함이 없었다.
“본부장님……?”
“예전에는 오빠라고 부르더니 호칭이 꽤 딱딱해졌어.”
주원의 입술 끝에 살짝 매달린 미소를 믿기 어려웠다. 그녀가 잘 아는 차주원은 여자를 보고 웃는 사람도, 여자에게 집으로 오라고 초대하는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돈 되찾을 때까지 지낼 곳이 필요하잖아?”
그렇지 않으냐고 동조를 구하듯 주원이 눈썹을 크게 들었다가 내렸다.
“아니면 달리 갈 데 있어?”
“…….”
없다. 없었다. 짐을 되는대로 고시원에 쌓아 둔 채 쪽잠을 자며 출근하고 있었다. 해외에 나가 계신 부모님께는 차마 얘기하지도, 도움을 청하지도 못했다.
“없지만…….”
“없지만?”
말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하라는 뉘앙스에 이리는 애꿎은 입술만 감아 물었다가 놓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불편하실 것 같아서요.”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지. 왜, 고시원이 더 낫겠어?”
이미 속사정을 꿰고 있는 말투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이리는 손끝을 비벼 초조함을 지우고 크게 심호흡했다. 표정만으로 상황을 짐작한 듯 주원이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상희가 그 친구 찾고 있다니까 그때까지 있어.”
그의 태도는 마치 다 정해 놨으니 넌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이리가 거절할 것은 애초에 생각도 안 했다는 듯이.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지금 이리에게 이보다 더 달콤한 제안은 없었다.
하지만…….
넙죽 받아들이지 못하고 갈등하는 이리를 주원이 물끄러미 바라봤다. 몇 해가 지나도 김이리는 변함이 없었다. 늘 이만큼 거리를 뒀고 절대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오빠가 이리를 도와줘야 해.’
도와줄 마음이 든 건 상대가 김이리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들어볼 것도 없이 거절했을 일이었다.
“퇴근 후에 짐 옮기는 거 도와줄게. 가서 일 봐.”
단숨에 상황을 정리해 버리는 그의 앞에서 이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길게 얘기할 생각이 없다는 듯 주원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리가 몸을 돌리는 그를 다급히 불러 세웠다.
“본부장님!”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주원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지적하지는 않고 어디 할 말 있으면 해 보라는 눈으로 이리를 내려다봤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회사 사람들은 차주원을 단순히 무뚝뚝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리는 진실을 알았다.
그가 얼마나 사람을, 특히 여자를 싫어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