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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4590
· 쪽수 : 560쪽
· 출판일 : 2021-03-15
책 소개
목차
Track. The moment you find out
Track. After you knew everything
Side track. Meine Liebe
vol 3. 누구의 기도인가
Track. The sorrow of love
Side track. carousel
Special track. For your anemone
Secret track. Testament
저자소개
책속에서
“애인이란 말이 그렇게 기분이 나빴어?”
이진은 웃음을 갈무리하며 김언혁을 장난스럽게 흘겼다. 이진의 태도 변화를 이해할 수 없어 새희는 애꿎은 입술만 학대했다. 귀신같이 눈치가 빠른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전혀 그래서는 안 되는 이 상황에서도 새희의 입술 사이를 손가락으로 벌리고 들어왔다. 새희는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목을 잡았으나 그는 되레 문제 될 거 있느냐는 식으로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김언혁 집으로 갈 거죠?”
이진은 신경도 쓰지 않고 새희에게 물었다. 대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에 괴리를 느꼈으나 새희는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데려다줄게요.”
“안 돼.”
그때까지 말이 없던 김언혁이 제지하고 나섰다. 이 사이로 그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이진은 억울하다는 듯 쏘아붙였다.
“뭐야, 기막혀. 내가 괴롭히기라도 할 것 같니? 어차피 넌 인천으로 곧장 가야 하잖아. 지금 몇 시인 줄은 알아? 내가 궁금한 게 많아서 그래. 안전하게 데려다준다고 약속해.”
“안 된다고 했어.”
“흐응, 그래?”
이진이 팔짱을 끼고 입술에 걸린 웃음기를 지웠다. 그 뒤 진중하게 새희와 눈을 맞췄다.
“새희 씨, 나는 당신하고 대화하고 싶은데 이 남자가 허락을 안 해 주네요. 당신은 어때요?”
“…….”
“나한테 묻고 싶은 것들 없어요?”
이진의 직설적이고 총명한 눈동자가 새희를 물끄러미 비췄다. 처음이었다. 이진이 그렇게 자신을 아무 치장 없이, 올곧게 바라본 건. 그래서였을까. 새희는 그녀가 말했던 대로 어떠한 의문들이 차오르는 느낌에 강렬하게 휩싸였다.
어쩌면 진작에 물었어야 할, 그러나 물을 수 없어 묻어 놓아야 했던, 이해하기를 포기해야 했던 의문들이…….
“있어요.”
새희는 의지를 표명하듯 제법 단단해진 눈으로 김언혁을 바라보았다. 김언혁은 흔치 않게 기분 나빠 보이는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싫은 듯했다. 새희가 끈질기게 보자 그는 결국 한숨을 흘렸다. 그의 의사가 꺾였다는 것을 안 이진은 충격을 금치 못하며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 눈앞에서 보니까 정말이지…… 뭐, 좋아. 가요.”
이진은 눈짓하며 앞장서서 현관으로 나갔다. 새희는 돌덩이처럼 딱딱해졌던 몸에 힘을 풀며 그 뒤를 따랐다. 손에 쥔 악보가 미세하게 떨렸다.
삶의 변화구. 이진을 만나면서부터 새희의 삶은 전혀 다른 각도로 변모했다. 이 순간은 어쩌면 또 다른 전환점일까. 아니면 다가올 지옥을 앞당기는 초석일까.
떨리는 어깨 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건드리는 손길을 느꼈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장난을 거는 그의 손짓임을 알 수 있었다. 새희는 희미하게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래, 그 어떤 것이라도 감당할 수 있었다. 이젠 그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