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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작가의 하녀 2

그 후작가의 하녀 2

(완결)

문시티 (지은이)
동아
13,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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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작가의 하녀 2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 후작가의 하녀 2 (완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6006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22-08-19

책 소개

향락과 퇴폐로 유명한 에르하르트 후작가에 하녀로 들어온 레나 크루거. 「맨 처음부터 에르하르트 후작 눈에 띄지는 마. 처음부터 거슬리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니까.」 가문을 잘 타고난 망나니 새끼라는 평을 가진 후작, 카론 에르하르트의 눈에 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목차

7. 귀공자 ⑵
외전 2. 로렌츠 발렌시아
8. 주치의
9. 에르하르트
10. 후작 부인
11. 오펜하이머
12. 엘레나 오펜하이머
에필로그
외전 3. 루시아 데스테

저자소개

문시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닌 로맨스를 씁니다.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안전주의자.” 트위터 : https://twitter.com/mooncity_ 이메일 : mooncity01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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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곧, 에르하르트 저택에서 벗어날 것이다.
레나는 오직 그 목표에만 집중하려 애쓰며, 필리프의 널찍한 등만 보고 뛰었다. 아직도 지금의 선택이 옳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오직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이대로 저택에 갇히게 된다면, 미쳐 버리게 될 것이다.
레나가 에르하르트 저택에서 마주한 건 지독한 현실뿐이었다. 그에게 듣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어떤 것도 대답해 주지 못했다. 그녀는 카론의 기억을 불러오는 일에 실패했고, 카론은 그녀를…….
히잉!
그때 등 뒤로 거친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한 남자의 음영이 숲 저편에서 나타났다. 누군지는 자세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서, 레나는 젖 먹던 힘까지 숨이 차오르게 달려야만 했다.
허억, 헉.
뒤를 돌자 나뭇가지 사이로 드문드문 들어오는 달빛이 핏발 선 카론의 얼굴을 비추었다. 흡사 검은 짐승에게 쫓기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다가오는 붉은 빛깔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히 제빛을 발하고 있었다. 맥동하는 모든 혈관이 터져 나갈 것만 같이 달린 두 사람은 산장 앞을 가로지르는 강을 목전에 두고 공포감에 얼어붙은 숨을 헐떡였다.
푸른 강물 위로 붉은 월파가 흐르고 있었다. 필리프가 그녀의 손목을 쥐고 그곳으로 잡아끌려 할 때였다.
“레나 크루거.”
어두운 숲 그림자 안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총구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카론 에르하르트가 두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들과 달리 숨조차 몰아쉬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기색이었으나, 그 살벌한 기운에 레나와 필리프 두 사람 모두 움찔거렸다.
“이리 와. 총알은 한 발이면 충분하니까.”
마치 마지막 경고와도 같은 침잠한 목소리였다. 레나는 굳게 달린 입술 사이로 한숨을 터뜨렸다.
“전 안 가요. 제 선택이 어떤지 알고 계시잖아요.”
“로렌츠 발렌시아는 네게 아무런 도움도 안 돼.”
할 수 있는 최대로 평정심을 유지하던 얼굴은 레나를 쥐고 있는 필리프의 손을 보자마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필리프와 그녀의 살이 맞붙어 있는 광경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감정이 살기가 도는 붉은 눈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 기세에 필리프가 짓눌렸는지, 그녀를 붙든 손에 점차 힘이 들어갔다. 레나는 차분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힘겨웠다.
“제가 남겨 둔 문서……. 후작님은 그게 저한테 어떤 의미일지 모르시겠지요.”
“…….”
“저는 더는……. 후작님을 견디기 힘들어요. 숨이 막혀요.”
그가 말해 주지 않는 진실을 혼자 두려워하고, 추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한 줌 애정을 느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였다. 그들은 다시 만난 순간부터 기억의 미로 속에 갇혀 눈 뜬 장님처럼 서로를 더듬고 있을 뿐이었다. 진실은 서로 저 너머에 숨긴 채.
서로를 모르는 채 기만적인 애정만 속삭이기엔, 그녀는 이미 어깨 위에 짊어진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친구도, 가문도, 엘레나 오펜하이머의 삶도. 차마 외면할 수 없는 것들이 평생 그녀를 따라다닐 터였다.
카론이 아랑곳하지 않고 한 발짝 더 다가왔다. 거부는 허락지 않겠다는 의사였다. 그럴수록 레나는 필리프의 가슴팍에 등을 바싹 기댔다. 필리프가 한쪽 팔로 레나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자, 카론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래서 뒤에 있는 그 새끼가 네 선택이야? 아니면, 로렌츠 발렌시아가 널 지켜 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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