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63160878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0-05-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실종
귀환
부활
파국
결전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소년은 문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예배당 문은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거기에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모두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그들은 그저 고개를 뒤로 한껏 젖히고 있을 뿐이었다. 예배당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젖힌 채 모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입을 한껏 벌리고 있었다. 거품을 물고서. 누군가는 손을 축 늘어뜨렸고 누군가는 가슴 근처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 동작 그대로 딱 멈췄다.
얼음 땡 놀이를 할 때처럼.
그중에는 소년의 부모도 있었다. 고개가 홱 꺾여 마치 소년의 고장난 로봇 장난감처럼 보였다. 머리가 덜렁거려 끝내 버려야 했던 로봇.
“엄마…… 아빠…….”
소년이 부모님을 향해 홀린 듯 몇 발을 내딛었을 때 천장에서 무언가가 훅 떨어졌다.
“악!”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고개를 든 소년의 눈에 대롱대롱 매달린 한 쌍의 다리가 들어왔다. 맨발이었다. 발톱이 길게 자라 있었다. 그 맨발을 타고 싯누런 액체가 흘러내렸다.
“으으…….”
너무 놀란 소년은 신음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단순히 난방이 안 돼 추운 것과는 달랐다. 차갑고 섬뜩한 기운이 선우의 목덜미를 훑었고 보이지 않는 뭔가가 심장 안으로 쑥 들어와 사정없이 틀어쥐는 것 같았다. 저절로 턱이 떨리며 이가 딱딱 마주쳤다.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운동화 바닥을 뚫고 한기가 올라왔다.
“선우야, 빨리 문 열어줘.”
동수의 말이 들리기는 했지만 멀리, 아주 저 멀리, 아예 다른 차원에서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 선우는 철저히 혼자였다.
선우는 디지털 벽시계의 빨간색 숫자가 00:00에서 멈춰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냉장고가 돌아가는 웅웅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멈춰 있는 TV였다. 꺼진 게 아니라 그야말로 멈춰 있었다. 예능의 한 장면이 TV 화면에 싸구려 그림처럼 고정된 채 걸려 있었다.
이곳에는 시간 자체가 아예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선우야!”
다시 동수 목소리가 들렸지만 선우는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