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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3165309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1. 가족복원소
2. 필통 속의 노래
3. 채집사의 지갑
4. 늙은 개의 목걸이
5. 가방에 담을 수 있는 것
6. 시인을 위한 안경 파우치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무슨 일로 오셨어요?”
“복원하러 왔습니다.”
“복원이요? 보건소?”
“아뇨, 복원소에서 왔습니다. 가죽복원소요.”
나는 준비해온 말을 더듬더듬 늘어놓았다.
“원래…… 가죽 가방과 지갑, 구두 같은 걸 복원하거나 염색하지만, 가끔 사람 사이를 다듬기도 합니다. 둘이가 그래서 저희 가게를 찾아온 거구요.”
진중한 얼굴로 삼 초간 침묵.
이만하면 됐다 싶어 다시 말을 이었다.
“보통 온라인 예약을 받고 나서 사진으로 상태 확인 뒤에 작업 들어가는데 오늘은 직접 방문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여자의 뒷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힘내시라는 말을 감히 덧붙일 수는 없었다.
어째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덧대어진 인연이라는 표면은 수선할 수 없을까. 왜 많은 변수가 끼어들고 기어코 훼방을 놓는 건가. 마음처럼 되는 일이라고는 세척과 염색 약품이 구비된 가죽제품을 다루는 일이나 가능한 걸까. 얼룩지거나 해진 관계를 닦고 꿰매는 일은 사람관계도 마찬가지인데, 가죽 아닌 가족만은 어째서 이토록 이전처럼 회복하는 게 어려운 걸까.
나는 눈을 감으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왜 너한테 슈가보이 타령했는지 알아?”
엄마가 멋쩍은 듯 턱을 긁적였다.
“네가 우리 때문에, 엄마 아빠 때문에 사랑 안 하는 애가 될까 봐.”
“…….”
“걱정했어.”
휴대폰의 충전기를 꼽고 있던 나는 엉거주춤 일어나 엄마를 바라보았다.
“근데 그거 알아? 꼭 사랑하진 않아도 돼.”
“알아.”
“겁나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네가 그냥 끌리지 않아서 안 하는 거였으면 좋겠어.”
그 말에 웃었던가 아니면 조금 울었던가.
“내 걱정 좀 그만해.”
“알았어.”
뜸을 들이던 엄마가 어깨를 툭 쳤다.
“너도 그만해, 엄마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