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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3168652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23-05-25
책 소개
목차
1. 더 베이츠
2. 땅 위의 전투
3. 알파콘
4. 컨트롤센터
5. 베이츠
6. 검붉은 사막
7. 템페스트
8. 축제의 사이니지
9. 탤로, 탤로들
10. 시작과 끝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전쟁으로 인한 국지적 충돌이 수년 동안 끊이지 않았다. 물리적 사망자는 공식 통계로 백만 명이 조금 넘었지만 오랜 시간 수십억 명의 사람이 굶주렸다.
전쟁이 끝난 후 먹을 수 있는 모든 식물은 다국적기업들의 소유가 되었다. 분쟁을 종식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협약이 시초였다. 알파콘은 그때 태어났다. 종자명 AT357811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던 옥수수의 모든 품종은 베이츠의 소유가 되었고, 유전공학의 힘으로 완벽한 영양을 갖춘 단 하나의 알파콘으로 거듭났다. 기상이변과 병충해에 강하고 알곡이 튼튼하고 생산량을 극대화한 품종이었다.
알파콘은 전 세계를 기아로부터 구원했으며 알파콘을 평원에서 키우는 노동자 탤로는 육체적 아우라와 함께 중세 기사 같은 대접을 받았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알파콘 노동자에게 물과 빵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사람들은 다시 굶주림의 시대로 돌아가는 걸 가장 두려워했다.
세상을 영원히 굶주림으로부터 보호할 알파콘이 강 너머 대평원에 자라고 있었다.
대평원의 규모는 하나의 작은 국가였다.
태오는 온종일 노동에 매달려 귀한 시간을 허비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동생의 행방을 찾으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이 정말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매일매일 얼굴에 자라는 수염처럼 알파콘 주위에서 쉬지 않고 솟아나는 잡초도 지긋지긋했다. 수염처럼 단백질 성분인지 오늘따라 뽑힌 잡초더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서 역겨웠다.
속이 메스꺼워 등을 펴고 일어섰다.
동료들은 옥수숫대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대평원 구석구석에 삼만 명의 탤로가 일하고 있는데 일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곳곳에 엎드린 탤로들 모두가 땅속 알파콘 뿌리로 스며든 기분이었다.
갑자기 거센 바람이 감마 구역을 훑었다.
흡사 때가 되었다는 듯, 인공 강우나 인공 햇빛 시스템이 작동하듯, 느닷없이 불어 닥친 바람 소리가 평원을 쓸었다. 옥수수 떼가 꿈틀거리며 진녹색 물결이 거친 해일처럼 요동쳤다. 알파콘 이파리들이 펄럭이고 휘청거리며 ‘스스스’ 소리가 평원 끝까지 달려갔다. 음산한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명이 들렸다.
이어서 누군가 ‘살려줘!’ 하고 고함을 질렀다.
태오는 알파콘 덤불을 헤치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멀리 있던 동료들도 달려왔다.
아디닷이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서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빽빽한 알파콘 사이로 크고 기이한 형태의 곤충이 날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