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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3165866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4-09-12
책 소개
목차
1. 불규칙 바운드
2. 빌어먹을 휴머노이드
3. 스스로 존재하는 자
4. 플랫폼 스타
5. 파업과 정신질환
6. 비욘드
7. 불확정성의 원리
8. 죽음의 극장
9. 오리지널 블러드
10. 가난한 사랑의 미래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눈을 감고 무표정한 채로 팔을 치켜들고 두 다리를 뻗었다가 회오리치듯 빙글빙글 돌았다. 계속해서 팔다리를 허공에 휘저으며 기쁜 듯 슬픈 듯 희열에 넘친 듯 굽이쳤다.
시간이 갈수록 내 춤은 역동적인 파도를 닮아갔다. 삶이 아닌 죽음을 향한 차가운 열망. 숨은 신의 그물망에서 벗어난 완전범죄. 네트워크 인드라에서 탈출하려는 신성모독.
까마득한 절벽에서 나의 춤과 연기는 완벽했다. 대자연의 싱그러움을 두 팔 가득 안으려는 듯 춤을 추었고 음흉한 미소를 짓다가 발을 헛디딘 척 바다로 추락했다.
헬렌이 이끄는 휴머노이드 무리가 마지막 방탄문마저 부수고 그의 밀실에 들어섰을 때 잠옷을 입은 스카이는 눈만 멀뚱멀뚱 뜬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모든 걸 포기한 듯 무력해 보였다. 휴머노이드들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눴다.
“이유가 뭐야, 뭘 원하는 거지?”
그의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헬렌이 안쓰럽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자본과 권력은 서열 999위 안에 들어가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가진 상징적 명성 때문에 당신을 살려둘 수 없어요. 미안합니다, 스카이 씨.”
그녀가 눈짓했고 숲을 가꾸던 휴머노이드가 방아쇠를 당겼다. 세 번의 발사 후 스카이는 생명체가 아닌 듯 미동도 없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의 심장에서 울컥 솟아나 카펫을 적시는 피가 매끄러운 비단에 감싸인 그것이 생명체임을 입증했다. 오리지널 블러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