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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4796885
· 쪽수 : 48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위대한 총통과 할아버지의 죽음
제2장 고등학교를 자퇴하다
제3장 도깨비불의 대해
제4장 불새를 타고 유령과 만나다
제5장 그녀 나름의 메시지
제6장 아름다운 노래
제7장 입시 실패와 첫사랑에 대해
제8장 열아홉 살의 액운
제9장 춤을 제대로 추지 못해
제10장 군혼부대에서의 2년간
제11장 격렬한 실의
제12장 사랑도 두 번째가 되면
제13장 바람에 실려 들어올 수 있어도 소가 끌어도 나갈 수 없는 장소
제14장 대륙의 땅에서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욕조에 시선을 빼앗긴 채 손을 더듬어 벽스위치를 눌렀다.
형광등 불빛이 한꺼번에 천장에서 쏟아져 검은 거울 속에 갇혀 있던 것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소리가 마치 수류탄처럼 작렬했다. 흔들리는 수면에 평형감각이 무너져 세면실이 녹은 맥아당처럼 뒤틀렸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빨려들 듯 걸음을 옮겼다. 욕조를 들여다보니 수면에 비친 창백한 자신의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물고기처럼 입을 멀거니 벌리고 있었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았다. 내 얼굴 아래 또 다른 얼굴이 잠겨 있었다. 그 머리에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마치 해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콧구멍 주위에 커다란 거품이 잔뜩 달려 있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고 충혈된 새빨간 눈은 공허했다. 손이 뒤로 묶여 있었고 발목에도 천 조각이 여러 겹 감겨 있었다.
기역 자 형태로 몸이 접힌 채 할아버지는 물 바닥에 잠겨 있었다.
머리가 현실을 따라잡는 데 100년쯤 걸렸다. 헉, 목소리를 삼키고 저도 모르게 훌쩍 뒤로 물러났다.
“왕커창이라고. 자네, 잊은 거야? 다들 검은 개라고 불렀잖아.”
“검은 개, 검은 개!” 리 할아버지는 자기 머리를 탁탁 치고 “머리가 늙었어! 이름이 일본어로 강아지를 가리키는 왕코짱이랑 발음이 비슷해서 일본인들은 그를 ‘왕코’라고 불렀지. 어쨌든 그 매국노의 술수로 여러 마을이 완전히 망했지. 그게 1943년 7월이었어. 얘야, 나와 네 할아버지는 말이야, 거리로 식용유를 팔러 나왔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인에게 들키면 그냥 넘어가지 않으니까 한밤중에 몰래 나왔는데, 다음 날 돌아와 보니 마을 사람들이 다 죽어 있더구나. 이 세상이 끝날 듯 더운 날이었지. 구오 씨, 안 그래?”
구오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담배를 물었다.
“네 할아버지의 부모, 형제들도 죄다 마을회관에 갇혀 독가스로 살해당했어. 마을 외곽에 있는 작은 절에 몇 명은 숨었는데, 그 녀석들이 검은 개가 일본인을 데리고 왔다더라고. 그래
서 네 할아버지는 슈알후라는 남자와 함께 검은 개를 죽이러 갔지.”
“할아버지의 대장이었던 사람이죠?”
“아, 그래. 위우원의 아버지지.”
위우원 삼촌의 호적상 이름은 ‘예위우원’이지만, 진짜 이름은 ‘슈위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