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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64845910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3-08-16
책 소개
목차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몇 년 후
리뷰
책속에서
상자가 나타난 건 3월의 첫째 날이었다. 아직 봄이 시작되려면 한참 먼 그저 평범한 달이 뜬 평범한 날이었다.
상자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나타났다.
원목의─적어도 보기에는 나무 소재 같았다.─작은 상자는 밤사이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모든 도시와 지역에 사는 무수히 많은 사람 앞에 나타났다.
상자는 교외 주택가의 잘 깎인 잔디밭 생울타리와 그해 처음 피어난 히아신스 사이에도 있었고, 도시의 세입자들이 수십 년 동안 들락거리며 밟은 아파트 현관문 매트 위에도 있었다. 또 상자는 사막의 텐트 밖 뜨거운 모래밭에도 박혀 있었고, 고요한 호숫가의 오두막 앞에서도 이슬을 맞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상파울루, 요하네스버그, 자이푸르, 안데스산맥, 아마존, 상자는 전 세계 어디라도 누구라도 찾아갔다.
3월 말쯤부터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끈에 대한 추측이 사실로 들어맞았을 때, 특히 짧은 끈을 받은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소문이 퍼졌다. 유가족들은 토크쇼에 나와 평소 더할 나위 없이 건강했던 20대가 짧은 끈을 받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을 슬퍼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희망을 잃은 말기 환자들이 긴 끈을 받고 갑자기 새로운 실험과 치료법의 주인공이 된 내용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하지만 그것이 평범한 끈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상자는 이제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것은 니나가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주도권과 명료함을 되찾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잠 못 이루는 새벽이나 모라가 집을 비울 때마다 인터넷에서 답을 찾아 헤맸다. ‘상자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아주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한 검색이 실타래가 풀리듯이 끝없이 이어졌다. 어쩌다 보니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으로 흘러 들어갔다. 끈이라는 주제의 새로운 인기 스레드에서 상자의 미스터리를 풀려는 토론이 수백 개도 넘게 진행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