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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5121525
· 쪽수 : 146쪽
· 출판일 : 2023-09-22
책 소개
목차
1부
4월 · 13
멋쟁이나비 애벌레 · 14
봄비에 말 걸기 · 15
하얀 꽃잔디 · 16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17
느티나무 아래 작별 · 18
스승과 제자 · 20
나옹 스님 2 · 21
옛사람 · 22
겨울강 · 23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 24
통영에서 · 26
명자꽃, 비에 흘러가다 · 28
밥 · 30
겨울 물치항 · 31
벚꽃 · 32
비 갠 뒤 · 33
권정생의 마을 · 34
자작나무숲 2007, 12, 31 · 36
프리지어 꽃다발 · 38
2부
카페 너바나 · 41
오래된 주점 화사랑에서 · 42
언제나 타인 · 43
모두가 타인 · 44
2007 서울 홍대 앞, 겨울 · 45
목포 1974 · 46
일산에는 그녀가 산다 · 48
하우스키퍼 · 49
겨울방학 · 50
차이콥스키를 기다리며 · 52
영광(靈光)에서 · 54
일별(一瞥) · 55
cloud room · 56
유리 같은 여자 · 57
손톱을 보내며 · 58
사막을 건너는 법 · 60
처음으로 돌아가기 · 62
누군들 그러지 않았으랴 · 63
오리엔탈 레스토랑에서 · 64
이해되지 않는 것 · 66
3부
碧松寺 두 그루 소나무 · 69
소묘(素描) · 70
풍경(風磬) · 71
시 쓰는 서울촌놈 · 72
시 쓰는 허수아비의 고백 · 74
그대 만나 그대가 된다 · 75
마고 여신 · 76
견사 머플러 · 78
빈자리 · 80
쿠바에서 · 82
달팽이 2 · 84
겨울 오후, 1999 · 85
지하도 입구에서 · 86
담쟁이 · 87
무등산 · 88
신기루 · 89
오늘도 · 90
가버린 것들에 대하여 · 91
서른아홉 살 · 92
타인들 · 93
4부
천년동백(千年冬栢) · 97
보라색 사루비아 · 98
다정(多情) · 99
그림자 · 100
필연(必然) · 102
매미가 울고 있었다 · 103
The Boxer · 104
초록에 말 걸기 · 106
불로수(不老樹) · 108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어요 · 110
학(鶴)을 그리워하며 · 112
세모(歲暮) 지나가기 · 114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 116
봄날 · 117
거짓말 본색 · 118
나무 아래 명상 · 120
별다른 수가 없지 · 122
연어가 전하는 말 · 124
양파 · 125
숙명 · 126
해설 돌아왔지만 돌아오지 않은, 거기 있지만 존재하지 않은 / 김정수 · 127
저자소개
책속에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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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괭이눈 물길 따라 흘러가거든 꽃바지 그만 바람결 따라 날아가거든 노루귀 그만 구름집으로 올라가거든 쇠별 하얀 조각달 타고 떠나가거든 연복초 그리움 찾아 물러가거든 애기나리 그만 새벽빛 따라 돌아가거든, 혼자 남은 버들강아지보다 더 외로운 봄 있거든, 돌아가지 못하는 봄 그림자에 빗방울이 한 줌 뿌려오거든,
-
어느 별일까
꼭꼭 숨어버린 너에게 문자를 보내보려고
오지 않는 답신을 기다리다
나는 현호색 곁에 누워 잠이 들지도 몰라
현호색 허리 굽혀 차가워진 내 몸을 쓰다듬어주면
가는 봄이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느티나무 아래 작별
--
오토바이를 타고 온 낯선 남자는 헬멧을 쓰고 있었다
윤기 흐르는 긴 가죽 장화도 신고 있었다
껌도 씹고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도 쓰고 있었다
-
― 셔터를 좀 눌러주시겠습니까?
남자는 느티나무 아래서
오토바이에 살짝 기댄 채
소년처럼 말갛게 폼을 잡고
사뭇 진지하게 렌즈를 바라보았다
-
렌즈 속 남자의 하는 양이 하도 귀여워
나는 소녀처럼 맑게 웃었다
남자는 영문도 모른 채 히죽 따라 웃었다
-
두물머리 느티나무를 보러온 사람들이
낯설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기분이 괜찮은 듯
한쪽 다리를 잠시 달달 떨어보였다
어깨도 으쓱, 들어보였다
-
나는 수없이 셔터를 눌러주었다
사진 속엔 남자의 행복이
모두 찍혔다
-
남자의 벌어진 어깨 위로 느티나무 잎이
노란 눈이 되어 흩날리고
남자는 윤기 흐르는 긴 가죽 장화를 타고
노랑나비가 융단 위를 날아가듯
사뿐, 왔던 길로 가뭇없이 사라졌다
--
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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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느리게 걸어갔다
깊은 잿빛 허공 속으로
은행잎 우수수 떨어졌다
하늘은 깊게 파였고
거리는
은행잎들이
노란 물결 되어
밀려왔다가 밀려갔다
나는 잠시 발길 멈추고
까닭 모르게 눈시울 적셨다
왜 그래? 아직 소녀인가?
그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정동성당 너머까지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건너편 찻집에서
서로 다른 이름의 차를 몇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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