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이 내게로 왔다

자서

1부
새의 눈물
귀
배우
물고기 귀걸이
장충단공원
끈
초가을 오후
아가
코스모스가 흔들리는 이유
스파게티 어머니
교감
화가 장욱진
스무 살
안개마을
별
달팽이

2부
소라게의 눈물
아홉시 반의 당구
먼지가 되어
사마귀
서른 살
나옹 스님
오월 아침
첫사랑
시
오래된 의자
오래된 약속
방패연
눈
제비꽃
꿈

3부
곰 인형
삿포로 라면
사해의 달
곡절
외사랑
빛고을에 가면
파라다이스 1004
그 남자의 안경
시인의 마을
경루 오대산 계곡에서
또 하나의 나
이율배반
권태
연
자유로에서
나도 누군가에게 부서지고 싶다

제4부
오타루에서
보물찾기
서소문 네거리에서
허공
사랑
가을의 잔영
섬
고백
여백
그대생각
별것 아닌 것을 위하여
화초기생
세월의 저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을 때
묘법

해설 - 타자의 형상과 기억을 부르는 흔적 / 이성혁

물고기 귀걸이

그녀는 오늘도 구걸이를 만지작거린다 오래된 습관이다 그녀의 귀는 오늘도 외로운 모양이다 그녀는 누군가를 만날 때면 어김없이 귀걸이를 한다 그녀의 귀에 매달려 대롱거리는 두 마리 예쁜 물고기,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두 마리 물고기를 말 없이 바라본다 그녀가 외로울 때마다 두 마리 물고기도 외로워진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그녀가 말을 할 때마다 귀걸이는 제각각 흔들린다 이제 두 마리 물고기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엄치려고 한다 그녀도 그것을 알지만 관심 갖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녀는 오늘도 가슴 속에서 두 마리 물고기를 꺼내 귀에 매달고 또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