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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5121655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4-06-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벚꽃 풍경 · 13
백합 지는 날 · 14
풀밭에서 · 15
보라색 꽃들 앞에서 · 16
미안한 마음 · 17
나무의 슬픔 · 18
꽃의 말 · 19
꽃을 들고 거울 속으로 · 20
쇠딱따구리가 우는 동안 · 22
가을 숲 · 23
겨울 일기 · 24
착각 · 26
첫눈 · 27
기별 · 28
개들이 짖는 동안 · 29
2부
산문이 뭐예요? · 33
충실한 독자 일기 · 34
시집을 읽다 · 37
시인 · 38
콩나물김칫국 · 40
기억에 대하여 · 42
채석강 · 44
새벽 기도 · 46
어느 날 목욕탕에서 · 48
정숙이와 제인 · 50
상냥한 사람 · 51
나를 소비하다 · 52
나도 안타깝지만 · 53
남자와 피아노 · 54
감자 · 56
3부
어떤 날들 · 59
맘과 몸 · 60
그 여자는 화가 난다 · 61
창피한 것은 면해야지 · 62
바로 곁에 죽음이 · 64
좋은 내 집 · 66
겨울이 지나면 · 67
옛집을 가다 · 68
싸움 · 69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 · 70
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다 · 72
밥만 먹으면 산다 · 74
우는 남자 앞에서 · 76
요양병원 311호 · 78
발톱 깎는 시간 · 80
4부
못 견디겠다라는 말 · 83
큰소리 · 84
70년은 살았는데도 모른다 · 85
은행에서 · 86
눈 감고 밥을 먹다 · 88
삼시세끼 · 90
아내 냄새 · 92
저녁 · 94
담배 · 97
추석날 · 98
흙에게 미안한 마음 · 100
개발사업 · 102
밤 · 104
해설 서로의 안부를 묻는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리고 환대 / 우대식 ·105
저자소개
책속에서
[표제시]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
--
당신허고사는동안조아써요
애들도당신달마잘생겨찌요
나는당신이잘생겨서조아꺼든요
울아버지가사진을보여주어쓸때
한눈에반해땁니다
나는예쁘지아는데
당신이나를예쁘다고해서
고마워써요
당신이처음선물한게
분첩이어찌요
분내가차암조아써요
아까서내가쓰지모타니까
당신이터어턱발라주어찌요
다시사준다면서요
칠십년전의이린데
어쩌녀그가타요
당신도알게찌만
나는얼마못살거가타요
이고세드러오면몬나간다더니
진짜로그러내요
다리에힘이업쓰니
거를수가업꼬
손도떨려요
-
그래도꼬옥
당신헌테말을해야할거가타
씀니다
고마워써요
그리고수고해써요
나는당신업쓰면몬살지만
당신은나업써도살수이쓰니
더살다오셔요
하늘나라에서기다리고이쓸게요
꼬옥천천이오세요
-
나를애껴준당신
죽어서도사랑합니다
[대표시]
미안한 마음
--
나무를 심으려고 땅을 팠다
삽으로 흙을 뒤집는데
하얀 알이 나왔다
열 개쯤 가지런히 놓인
난생처음 본 땅 속의 알
땅에 다시 파묻어야겠다 생각했다
-
땅속에서 알을 낳은 것은 무엇일까
생태 공부를 너무 안 했네
인터넷에 쳐봤다
비슷한 사진이 있어서 클릭해보니
뱀의 알이라고 되어 있다
-
한동안 나무 근처로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나중에 알이 사라졌다
스스로 사라진 알이 궁금했으나
주변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파묻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도 않았다
나를 소비하다
--
누구도 나를 향해 다정한 인사를 건네지 않으므로
나는 나를 향해 다정한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
고객을 대하는 점원처럼 활짝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어깨가 으쓱해졌다
권리를 한껏 가진 고객님의 자세가 된 것이다
나는 나를 소비하기로 했다
나는 나를 더욱 극진히 모셔야 했다
고객님께서 맘껏 소비할 수 있도록
고객님께서 더 많은 돈을 쓰도록
그리하여 잠깐이라도 고객님께서 충만히 피어나도록
그러나 나는 이내 소진되어
남루를 걸쳤다
누구도 나를 향해 다정한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나는 나를 향해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