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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65815974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5-08-01
책 소개
목차
1. 오후 4시, 달고나 · 이송현
2. 껍질을 벗다 · 프란시스코 히메네스
3. 노새 두 마리 · 최일남
4. 선생님의 밥그릇 · 이청준
5. 소나기 · 황순원
6. 고무신 · 오영수
7. 파랑새 · 모리스 마테를링크
8. 항아리 · 정호승
9. 안내를 부탁합니다 · 폴 빌리어드
작품 출처 및 수록 교과서
책속에서
……
내 속도 모르고 한승규가 내게 손 인사를 했다. 나는 반가운 척 손을 흔들었다. 규리와 한승규는 할아버지 한 분을 나란히 부축했다. 한승규가 부축하는 할아버지가 나였으면 좋겠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한승규와 규리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떠들고 웃어 댔다. 갑자기 아랫배가 싸하게 아파 왔다. 배가 꼬인 듯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배 속의 창자가 꼬이면 꼬일수록 창밖으로 함박웃음을 짓는 한승규의 표정이 점점 더 환해졌다. 그리고 그 시선 끝자락에 함께 웃고 있는 규리의 얼굴이 걸렸다.
“그냥 함께 웃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
-이송현, 〈오후 4시, 달고나〉중에서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 올린 팔과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속을 빤히 들여다본다. 얼굴이라도 비추어 보는 것이리라. 갑자기 물을 움켜 낸다. 고기 새끼라도 지나가는 듯.
소녀는 소년이 개울둑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만 움켜 낸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이다. 그대로 재미있는 양, 자꾸 물만 움킨다. 어제처럼 개울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야 길을 비킬 모양이다.
그러다가 소녀가 물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러고는 훌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황순원, 〈소나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