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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시론
· ISBN : 979116629064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1-09-23
책 소개
목차
제1장 서론
제1절 임화 시의 일곱 빛깔
제2절 새로운 문명을 품은 애도의 형상
제2장 민족과 세계 사이의 그치지 않는 애도
제1절 민요시: 감정에서 인간으로, 민족에서 문명 비평으로
제2절 다다이즘과 서간체 시: 공권력을 넘는 인간성의 애도
제3장 운명체의 바다 위에 눈물로 맞닿는 애도
제1절 수필론과 변증론: 사상의 주체화와 다양성의 형상화
제2절 계절 시와 메타시: 획일성을 벗어난 생성 긍정의 운명애
제3절 현해탄 연작: 운명 공동체의 애도를 통한 주체적 문명의 모색
보론 / 시집 『현해탄』 구성 방식의 남은 문제들
제4장 페시미즘 아래서 삶을 긍정하는 애도
제1절 신세대론: 죽고 싶다는 비명 속의 살고 싶다는 외침
제2절 찬가 연작: 찬미할 것을 잃은 삶마저 찬미하기
제5장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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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 중세문명은 집단 중심의 문명이므로, 그 시대의 문학은 개성이 희박하며 사회 질서에 순응하는 인간을 표현한다. 그와 반대로 (서구) 근대문명은 개인 중심의 문명이므로, 그 시대의 문학은 사회와 상호작용하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사회의 위력 앞에서 좌절하는 파편적 인간을 형상화한다. 일제 강점과 양차 세계대전을 근대문명의 파국으로 진단한 임화는 중세문명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며 근대문명을 유지하는 것도 아닌 제3의 문명을 모색한다. 더 개성적인 인간일수록 더 사회적인 인간이 되고 공동체와 더 밀접하게 호흡할수록 자신의 개성을 더 뚜렷하게 마련하는 문명, 그 새로운 문명을 맞이하기 위하여 문학은 새로운 인간의 형상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임화의 시는 그것을 애도하는 인간으로 형상화한다. 애도하는 인간의 마음속에선 나와 네가 하나의 전체를 이루면서도 너와 나의 개체성이 생생히 숨을 쉰다. 애도는 나로 환원할 수 없는 너의 너다움을 내 마음속에 끝없이 보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시의 정치적 이념성을 강조하였던 이정구의 관점으로 보면, 오빠를 상실한 ‘나’와 남동생이 부젓가락에 비유되거나 연인과의 이별이 ‘비’와 ‘우산’ 등의 이미지와 결합하는 것은 아무런 이념도 상징하지 않는 무의미와 우연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임화의 서간체 시에 나타난 감각들이 일견 우연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애도되는 타자를 어떠한 관념과도 동일시하지 않고 타자로서 보존하는 기억에서 그 감각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구가 지적한 우연성이란 단독적 감각을 보존하는 상기이자 그것의 알레고리적 표현에 가깝다. 임화의 서간체 시에 나타나는 애도는 타자를 타자로서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기억 속의 단독적 감각을 더불어 보존하는 것이다.
○ 임화는 공식적 교리에 따른 마르크스주의란 “관념적 일탈─객관적 정세에 대한 추상적 유추”일 뿐이라고 비판하며, 이에 맞서서 변증법은 변전하는 현실을 “다면적인 관계에서 구체적인 다양성의 속에서” 진단해야 한다고 논하였다. 이처럼 임화에게 “진정한 변증법의 방법”이란 “추상적 분류학을 가지고 이것과 저것으로 구별”하지 않는 것이며, “서로 교착하는 복잡성과 다양성 속에서” 관찰하는 것이다. 임화가 이러한 변증법 개념을 문학에 적용한 것은 ‘기록’과 ‘형상’의 개념적 구분이다. 기록은 삶의 구체성을 추상적 개인으로 단일화하는 형이상학에 해당하며, 형상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다양성 및 복잡성을 드러내는 변증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