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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작가론
· ISBN : 9791166290619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서론┃현실과 초월의 이분법을 뛰어넘기
수직적 이원론의 내용과 형식 | 한국 현대문학사에 대한 통념과의 연관성 | 동서양 신비주의의 흔적들 | 조르주 디디-위베르만과 운동하는 이미지: 비가시적 가시성과 시간교란 | 내재적 신성의 살아남음(Nachleben) | 동학 미학에 근거한 문학 연구의 갱신
제1부┃전쟁의 폐허 속에서 희망을 가시화하기
제1장┃다시개벽
종말론의 폭력 극복과 순환론의 원천 회복 | 하늘의 신성에 근거하는 민족의 원천
제2장┃장소로서의 이미지
이미지는 운동이다: 이행과 전치를 일으키는 장소 | 이미지의 역동성에 주목한 에즈라 파운드 | 비유사적 유사성: 잔해 속에서 드러나는 신
제3장┃시간으로서의 이미지
이미지는 운동이다: 과거·현재·미래 사이의 시간교란 | 기억 속의 희망을 현재화하는 ‘오늘’ | 「원정」은 죄의식에 머무는 시가 아니다
2부┃억압받는 민중의 신성을 상기하기
제1장┃오르페우스적 참여
말라르메와 사르트르를 넘어선 시적 참여의 모색 | 롤랑 드 르네빌의 신비주의적 오르페우스 개념 | 역사에 의하여 희생된 인간의 영혼을 가시화하는 음악
제2장┃여성의 시야(vision)
억압의 이분법을 넘는 제유법 | 새로운 세상을 새롭게 상상하는 영성 | 모퉁이일수록 잘 보이는 우주
제3장┃어린이의 생명력
참혹의 역사를 사랑의 시초로 바꾸는 동심 | 우주적 생명 원리에 근거한 어린이주의 | 역사의 죄를 씻으며 되살아나는 어린이-이미지
제4장┃약소민족의 성화(聖火)
중립과 동학을 둘러싼 신동엽·최인훈과의 연관성 | 폭력의 역사에도 신성을 보존하는 민족들 | 차별적 범주를 초극하는 인간 보편의 아름다움
제3부┃살아남는 이미지로 파시즘에 맞서기
제1장┃문명위기와 에고이즘
핵 위기 속에서 모색하는 우주와의 일체감 | 발레리의 배타적 정신 대(對) 릴케의 우주적 내면 | 계산적 이성을 내재적 신성으로 전환시키는 상-기
제2장┃죽음 이후의 시인
밤을 가로지르는 시적 마음의 파동 | 헬렌 켈러: 신성을 감각하기, 영혼과 교우하기 | 창조적 연대성: 임긍재와 꿈-나라, 박두진과 시인-학교
제3장┃삶은 본디 시적이다
네오파시즘 비판을 위한 반파시즘 예술가의 상-기 | 도스토옙스키·헤밍웨이와 연관된 대지적 삶의 긍정 | 전체주의에 대항하여 인간성을 비추는 민중의 미광
맺음말 ┃ 자생적 문학이론, 자생적 평화통일론
저자소개
책속에서
민족적 원천으로서의 신성을 상기시키는 김종삼 시의 이미지들은 장소와 시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필 수 있다. 시에서 이미지는 감각의 문제이며, 감각은 공간과 시간이라는 감성의 선험적 범주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김종삼의 1950년대 시편은 장소로서의 이미지를 통하여 인간의 내재적 신성을 상기시킨다. 김종삼의 시에서 특정한 의미를 지시하거나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장소로서의 이미지들은 실제로 다양한 의미들 사이의 이행(transition) 및 전치(displacement) 운동을 일으킨다. 그중에서도 특히 비가시적인 것과 가시적인 것 사이의 운동은 삶에 내재하는 신성을 상기시킨다고 할 수 있다. 신성이 비가시적인 것이라면, 삶은 가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제1부에서는 1950년대 김종삼 시의 이미지가 전쟁으로 폐허화된 한국의 현실 속에도 인간의 본래적 신성이 내재함을 상기시킨다고 해석하였다. 이 시기의 김종삼 시편에 나타난 다시개벽의 이미지는 전쟁과 폭력을 되풀이해 온 기존 역사의 작동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하늘의 신성에 근거한 한국 민족의 원천을 상기시킨다. 현실 속의 신성을 떠올리는 이미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가시적인 것과 가시적인 것 사이의 이행과 전치를 일으키는 장소로서의 이미지이다. 다른 하나는 과거의 기억 속에 잠재된 미래의 희망을 현재화하는 시간교란의 이미지이다. 특히 장소와 시간으로서의 이미지는 1950년대 시편뿐만 아니라 김종삼의 시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미학적 특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시적 화자는 온 세상에서 들려오는 관 속의 피리 소리를 꺼내기 위하여 칼을 휘두른다. 그렇게 칼을 휘두르는 행위는 곧 석공인 시적 화자가 돌을 조각하는 행위로 이행하고 전치될 수 있다. 시적 화자가 돌을 쪼는 행위로 제작한 산물은 아마도 죽은 아이의 석관(石棺)일 것이다. 이는 이미지 특유의 시간성, 즉 이미지의 시간교란(anachrony)을 보여준다. (…) 김종삼에게 진정한 시 쓰기는 죄 없이 상실되었던 인간의 원천적 상태를 이미지로 떠올리는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김종삼의 시는 말라르메 및 사르트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적 예술의 지향점과 실천적 참여의 지향점을 맞닿게 한다. 그의 시에서 제시하는 시의 본질은 오르페우스적인 것이며, 오르페우스적인 것은 역사의 지층을 뚫고 그 속에서 죄 없는 자의 내재적 신성을 캐내어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역사의 일부만이 아니라 역사 전체를 문제 삼으며, 정치적 또는 경제적 억압이 아니라 인간의 신성에 대한 억압을 문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