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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6686139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1-06-14
책 소개
목차
1부 • 머리_7
2부 • 가슴_55
3부 • 배_177
4부 • 아가미_275
작가의 말_313
저자소개
책속에서
퍽 하는 소리는 영어 듣기평가 13번 문제가 나오던 중에 시험실 뒤쪽에서 처음 울렸다. 아, 씨발. 누군가 아주 작게 속삭이듯 욕을 뱉었다. 그것마저도 역시 소음이건만. 아무도 시험지에 처박은 얼굴을 들어 소리의 진원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러기엔 13번 문제가 아무렇지 않게 강물 흐르듯 지나가고 있었으니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숨을 죽여야만 하는,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비행기들마저 착륙을 미루고 상공을 빙빙 돌아야 했다는 바로 그 영어 듣기평가 시간이었으니까.
전쟁도 돌림병도 없으니 요새의 젊은것들은 유사 이래 가장 평화롭게 일생을 살다 가는 세대일 거라고, 어린 시절 6·25 전쟁을 겪었던 이경찬의 큰아버지는 그렇게 빽빽 소리를 치곤 했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 큰아버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듣도 보도 못했던 세 글자의 돌림병에 걸려 무력하게 생을 다하고, 가족들에게조차 마지막 모습을 남기지 못한 채 그대로 화장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젊은이들이 그토록 싸가지 없게 굴 때마다 그 큰아버지가 주기도문처럼 외웠던, 저들을 벌해주십사 외쳤던 바로 그 재난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박종민은 좀비 영화를 볼 때마다, 자신은 누구보다 먼저 좀비가 되어 맘 편하게 사람들 물고 다닐 거란 입장이었다. 인간성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내 행복이 제일 중요하지, 안 그래? 행복한 좀비가 될 수 있다면 그쪽이 낫지, 기약 없는 공포에 시달리며 사는 것보단.
아가미를 가진 사람들은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