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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생활풍속사
· ISBN : 9791166842740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3-11-20
목차
_차 례
책머리에 4
들어가는 말 10
1. 향약의 기원과 내용 15
2. “여씨향약을 좇아 풍속을 바꾸소서”, 향약의 보급과 사림파 25
기묘사림의 향약 보급과 갈등 27
율곡 이이의 ‘선민생(先民生)’론과 향약 37
3. 조선시대 풀뿌리 민주주의 45
유향소와 향약 47
향안을 둘러싼 여러 갈등 59
4. 자치와 관치 사이, 수령 주도 관변적 주현향약의 성격과 한계 77
5. 통제와 관리, 자치의 역설 99
19세기 정학의 수호와 향약 101
“옥석(玉石)이 함께 타 버릴까 염려된다”, 정학과 이단의 구분 109
일제의 식민지 통치 보조 121
6. 향약과 촌락 공동체, 동약 133
향촌 개발과 동약의 등장 135
동계에서 동약으로 141
동약의 촌락 공동체 사업 157
나오는 말 177
참고문헌 182
책속에서
예나 지금이나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위는 사람과 소통하고 친목을 다지는 필수적인 행위이다.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위의 빈도와 범위를 통해, 참여자가 소속된 공동체 조직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관계로 과거 지방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는 곳을 표현할 때 ‘향’이라는 문자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도 왕조의 권위가 높아짐에 따라, 율령(律令) 체계가 지방에 전파되었지만, 그와 별개로 ‘향’에서는 관습적으로 행해지던 공동체 단위의 여러 자치 규약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자치 규약이 율령 체계보다 지방의 현실과 문화를 좀 더 생생하게 담고 있다.
현대의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이듯이, 향약 운영은 당대의 통치 이념인 주자 성리학의 실천이었다. 따라서 사대부 계층은 자신들의 자치 조직에 성리학의 향약을 투영하기 시작하였다. 현대의 지방자치와 버금가는 조선시대 자치 조직이 바로 유향소이다.
조선 왕조도 향약을 예의주시하였다. 우리나라 역대 왕조는 중앙집권적 통치체제의 정립을 모색하면서도, 자치적 성격을 가진 사회 조직을 묵인해 왔다. 법제적 장치만으로는 피통치 대상의 절대다수가 존재하는 지방을 통치하기가 어려웠다. 즉, 중앙은 자치 조직을 통치 권력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보완 장치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향약은 왕조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의 자치 규약이었다. 왕조 입장에서는 향약 장려를 통해 자연스레 교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고, 사대부 입장에서는 향약을 시행함으로써 자신들 주도의 향촌 지배 질서를 구축할 수 있었다.
향약은 자치 규약을 표방하고 있지만, 규약 중 상당 부분은 질서 유지에 기본이 되는 자기 규제에 해당한다. 향약 시행의 목적도 향촌질서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원활한 지방 통치를 도모하던 수령들은 이러한 향약의 효용성을 주목하였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중종 연간 김안국과 기묘사림 출신의 수령들이 향약 시행을 통해 효과를 본 적이 있었다. 당시 정부도 지방 통치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하여, 사림파의 건의에 따라 향약을 간행·배포하였다. 기묘사화 이후 정부 주도의 향약 시행은 중단되었지만, 그 효용성을 주목한 수령들은 개별적으로 향약을 시행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