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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140708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23-10-1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억울하고 서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프롤로그 | 한 남자의 마지막
1장 운명적인 인연과
빨간 대문 집
애틋한 사람
한 인간의 생명줄
2장 그해 여름
긴급 호송
만남의 시작
트위스트, 술, 그리고……
3장 불안한 나날
유도 질문
말할 수 없는 일들
한낮의 취조실
4장 영원히 남을 붉은 낙인
아버지라는 한 사람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적인종
5장 남한산성이라는 지옥에서
혼자 하는 가위바위보
은총이고 기적이란 말
무등병
6장 이토록 처절하게 완벽한
아픈 고백들
복수, 복수, 복수
내 안의 그녀
7장 가장 아름다운 복수
고통을 즐기는 이유
마지막 시도
희미해진 그림자
에필로그 | 하늘의 뜻, 함께할 운명
해설 | 운명의 덫, 또는 이념의 압제와 사랑의 완성
_ 김종회(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봉분 없는 묘지는 머잖아 풀 더미가 될 터이고, 오두막이나 다를 바 없는 집은 벌레들이 파먹고 비바람이 들이치고 주인 없는 걸 눈치챈 하늘이 눈을 흘겨서 삭여버릴 테니 한 해도 지나지 않아 폭삭 주저앉을 것 같았다. 목공소에서 십자가를 다시 만들거나 소박한 비석을 만들어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해거름이 아니면 주저앉아 좀 더 그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 「한 남자의 마지막」 중에서
보안반장의 입에서 빨갱이란 소리가 나올 때마다 내 영혼이 한 뭉텅이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지고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다.
타자기 앞에 앉아 있던 병사가 노란 주전자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섰다. 마치 주전자로 나를 내려칠 듯한 표정이었다. 그가 내민 물잔을 잡은 내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두 손으로 받쳐 들었지만 따르는 물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 겨우 몇 모금 마시자, 물이 순식간에 방광으로 들어간 듯 속옷을 한 방울씩 적시는 느낌이었다.
“너, 빨갱이지?”
“절대로 아닙니다. 육군 소위 한서진입니다.”
살아야 한다.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 빨갱이가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나는 빨갱이가 될 수 없다. 내 핏속에 빨갱이가 될 수 없는 인자가 있다는 걸 그는 알지 못할 것이다.
— 「긴급 호송」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