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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 ISBN : 9791167141279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5-09-22
책 소개
필사책 앞으로 가는 편이 좋다”
6년간 1천 명과 필사로 마음을 나눈 ‘필사 덕후’
<미료의 독서노트> 조미정의 고요를 위한 문장들
“적막이 두려워 소음으로 도피하는 영혼을 다정한 고요 앞으로 데려오다”
<미료의 독서노트> 조미정이 엄선한 아늑한 문장과 다정한 에세이 77편
각종 영상과 콘텐츠의 소음에 지친 이들이 종이 앞으로 돌아오고 있다.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독서와 기록을 하며 여가를 즐기고 휴식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바로 ‘필사’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고심하여 글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진입장벽이 낮은 덕이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몇 년간 필사책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고 SNS에는 필사 인증을 하는 포스팅이 넘쳐나고 있다.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6년간 필사 모임 ‘재밌어서 씁니다’를 운영하면서 유튜브 〈미료의 독서노트〉를 만들어온 작가 조미정이 출간한 ‘고요를 위한 필사책’이다. 10년 전 호주로 이민 가면서 불안했던 마음을 필사를 통해 달래기 시작했다는 그는 지혜로운 문장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기쁨을 전하고자 책을 썼다. 박완서부터 알베르 카뮈까지 동서양 문학 대가의 문장은 물론이고, 에크하르트 톨레부터 법상 스님까지 마음챙김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영성가들의 글귀까지 모은 것은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 잠시나마 잠잠한 가운데 쉬는 기쁨을 누리길 바랐기 때문이다. 작가는 단순히 문장을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쓴 에세이 77편을 덧붙였다. 분주했던 마음이 일순간에 가라앉기는 힘들 터, 독자들의 기분을 환기해 줄 글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읽고 쓰며 점차 안정되는 몸과 차분해지는 마음을 느끼길 바란 작가의 세심한 배려다.
“1천 명이 거쳐 간 필사 모임의 감동을 고스란히 담다”
소란한 일상에 고요함을 선사하는 글귀 77편
이 책에는 조미정 작가가 실제로 8년간 필사했던 글귀 중 마음의 파도를 잠재워주는 글 77편이 모두 들어 있다. 박준과 진은영 등 신선한 공기를 머금은 현대시인들의 시구부터 제인 오스틴과 알베르 카뮈 등의 서양 고전 속 믿음직한 문장들, 데이비드 호킨스와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등 구루들의 정갈한 글귀까지 책의 분야와 시대를 막론하고 차분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문장들을 되짚어냈다. 이밖에도 찰스 다윈과 리처드 도킨스의 과학서나 스티븐 코비나 팀 페리스의 자기계발서 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책에서도 필사 글귀를 엄선했다.
이처럼 풍부한 문장들을 모아낼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6년째 필사 모임 ‘재밌어서 씁니다’를 진행해 온 내공 덕이다. 1천 명이 거쳐 간 이 모임에서 저자는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는 행위를 통해 위로받는 이들을 목격했고, 실제로 이 모임에 참여했던 5인의 필사자들은 “그 ‘환희’ 같은 기분을 모두 느껴보면 좋겠다” “삶을 즐거움의 렌즈로 바라볼 수 있음을 필사를 통해 깨달았다”라며 이 책에 대한 기대평을 남겼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날에도 한 줄은 써볼 수 있다”
당신을 책상 앞으로 안내할 다정한 에세이 77편
이 책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지는 방법을 안내한다. 책을 멈춤, 호흡, 고독, 고요 4개의 장으로 구성한 이유 역시 멈추어 호흡을 고른 뒤 고독함에 익숙해지고 마침내 고요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1장에서는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 박연준 작가의 『쓰는 기분』 등 멈춤이 힘든 이들에게 필요한 문장을 만날 수 있다. 그다음 2장에서는 크리스티앙 보뱅의 『작은 파티 드레스』나 김연수 작가의 「진주의 결말」 등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글귀들을 필사할 수 있다. 고독에 대한 글귀를 모은 3장에서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별의 시간』부터 펄 S. 벅의 『대지』 등의 구절들을 통해 소음으로부터 차단되어 오롯이 혼자 되는 데서 오는 쓸쓸함과 평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나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등의 문장을 필사하며 잠잠해졌을 때만 들리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깊이 사색해 볼 수 있다. 조미정 작가의 에세이를 읽은 뒤에 필사를 하도록 배치한 것 역시 잠시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하루의 끝 혹은 시작, 그 어느 때라도 분주한 마음이 우리를 옥죌 때는 온유한 것을 만날 필요가 있다. 마음을 가라앉혀줄 글귀와 그것을 베껴 쓸 공간, 그리고 펜만으로 할 수 있는 필사를 통해 그런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 책은 독자들이 직접 베껴 씀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만큼, 양쪽으로 반듯하게 펼쳐서 편안하게 필사할 수 있도록 누드사철제본 방식으로 제작했다.
조미정 작가는 “춥고 시린 날을 대비해 노트에 차곡차곡 모은 문장들은 장작처럼 불을 지펴 당신을 따뜻하게 데워줄지 모릅니다”라며 글귀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삶의 든든함을 이야기한다. 사방에 속 시끄러운 말들에 부대껴 피로함을 느낀다면 지금 필사를 시작해 보자. 잘 다듬어진 문장들을 내 손으로 베껴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둘러싼 공기가 얼마나 평온해지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문 | 이제 펜을 들고, 숨을 고릅니다
Part 01 멈춤, 속도를 늦추면 보이는 마음
01 작은 소음이 주는 유쾌한 기분 『설득』, 제인 오스틴
02 자기 안에 아무것도 없어야 들을 수 있어요 『무한화서』, 이성복
03 봉투도 비밀도 없이 전적으로 열린 채 「봄여름가을겨울」, 진은영
04 가을꽃들은 아침 녘까지 잠들어 있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05 그 ‘자율저녁감상’ 시간은 한동안 이어지다가 『시와 산책』, 한정원
06 늘 앞으로 하루가 있을 거라는 느낌 『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07 ‘단련의 미’가 쟁쟁히 빛나게 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08 사람을 취미로 해서 좋은 점은 「사람이 취미」, 임지은
09 우주의 에너지가 돌고 돌아 『더 해빙』, 이서윤·홍주연
10 나는 아주 잠깐 여름 저녁의 냄새와 색채를 알아보았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11 첫 생각이 일어날 때 탁 알아차리는 것 『전현수 박사의 불교정신치료 강의』, 전현수
12 매일의 세계의 톱니바퀴 사이에는 틈이 있고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캐서린 메이
13 소나무에 대해선 소나무에게 배우고 『바쇼 하이쿠 선집』, 마쓰오 바쇼
14 우리의 전 존재를 활용하는 능동적인 독서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석영중
15 자리잡는 옷자락 소리 아직 풍기시는 듯 『무서록』, 이태준
16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17 공책은 잡초와 그늘이 어우러져 노는 뒷마당 『쓰는 기분』, 박연준
18 사실 이 세상엔 아무 일이 없습니다 『법상의 슬기로운 생활수행』, 법상 스님
19 때때로 벽에다 손을 대어보곤 했다 『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 고통이 아닌 의미를, 게으름이 아닌 충실함을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 문요한
21 그건 일종의 자유다 연습할 수 없는 것이다 『개구리 수프』, 아잔 브라흐마·궈쥔 선사
Part 02 호흡, 잊었던 리듬을 찾는 방법
22 실패할 수밖에 없는 노력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23 감사의 속뜻은 겸손이다 『감사의 재발견』, 제러미 애덤 스미스 외 3인
24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홀가분』, 정혜신・이명수
25 어느 날 우리는 사람이었는데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26 메밀가루포대가 그득하니 쌓인 웃간은 「산숙(山宿) ‐ 산중음(山中吟) 1」, 백석
27 숲의 짐승보다 조심스런 움직임으로 『부처님의 생애』,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28 남이 가진 것을 빼앗지 않아도 당신은 그것을 가질 수 있다 『부는 어디서 오는가』, 월리스 와틀스
29 그림과 글자는 한 몸에서 분화했다 『글자 풍경』, 유지원
30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은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 나폴레온 힐
31 역시 저녁은 애수 어린 휴식의 시간 같았지 『이방인』, 알베르 카뮈
32 처음부터 우리가 책을 읽는 건 아니다 『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33 그 순간 전 모든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진 거예요 「진주의 결말」, 김연수
34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을 무소유라고 합니다 『건너가는 자』, 최진석
35 한 종이 희귀해지는 것에는 전혀 놀라지 않으면서도 『종의 기원』, 찰스 다윈
36 아름다움에 대한 최초의 알아봄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37 가뿐한 거주는 방랑이 됩니다 『선불교의 철학』, 한병철
38 꿈꾸는 모든 존재가 폭 잠들기를 바랍니다 「작가노트: 펜, 깃털 그리고 환영 인사」, 김멜라
39 그것은 누구에게나 빛나는 날들이었다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40 선과 악 사이에 역동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프리초프 카프라
Part 03 고독, 혼자가 편안해지는 시간
41 엄마가 웃으면 배가 따듯해진다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고명재
42 다정한 흙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대지』, 펄 S. 벅
43 사랑이라는 단어의 촉감을 잃어버렸을 때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곽재구
44 지나친 다정함의 고통을 알 수 있기를 『예언자』, 칼릴 지브란
45 괴로움이 그대에게 있으므로 「이별 2」, 이성복
46 우리의 허언들만이 웅성이고 있었다 「우리의 허언들만이」, 박준
47 나는 나의 행복을 천직으로 받아들였다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
48 몇 생을 찾아 헤맨 게 바로 이 냄새가 아니었던가 「후남아, 밥 먹어라」, 박완서
49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50 서창에 걸린 해말간 풍경화 「황혼이 바다가 되어」, 윤동주
51 그녀는 초음속의 시간을 살았다 『별의 시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52 밤하늘의 별을 자주 바라보는 까닭을 알 것 같습니다 『더불어 숲』, 신영복
53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유리창 1」, 정지용
54 상황을 철저하게 통제하려 드는 사람일수록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55 그것이 바로 두 사람이 합쳐지는 결혼의 순간이었다 『대지』, 펄 S. 벅
56 고요하고 온화한 여름날의 저녁이 화성에 드리웠다 『화성 연대기』, 레이 브래드버리
57 삼월이 오는 푸른 샛강에 그대를 보내며 「애가 1」, 이성복
58 모든 이들이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으나 『의식 혁명』, 데이비드 호킨스
59 그대에게 권하노라! 모든 일에 하늘을 원망하지 말라! 『명심보감』, 이한우
Part 04 고요, 비로소 홀로 머무를 수 있는 마음
60 그녀는 홀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다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61 아주 많은 사람이 영원히 이 절벽에 매달려 있다 『데미안』, 헤르만 헤세
62 인간은 자기 자신과 대면한다 『안과 겉』, 알베르 카뮈
63 당신의 진짜 모습으로 실패하거나 성공하라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64 나는 세상을 향해 생명의 빛을 내뿜는 존재였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질 볼트 테일러
65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66 침대에 그냥 죽치고 있을 수는 없어 『변신』, 프란츠 카프카
67 나는 지그시 견디고 있는 힘을 다해 예의 바르다 「여름」, 알베르 카뮈
68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69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찬란」, 이병률
70 삶의 모든 형태를 나는 맛보고 싶었다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
71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72 하늘에서는 꽃비가 쏟아졌다 『부처님의 생애』,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73 헌신의 결정으로부터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74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고 『비커밍』, 미셸 오바마
75 지혜로운 이는 자기를 다룬다 『불교 성전』, 불교성전편찬회
76 그것만이 나의 직분이었다 『데미안』, 헤르만 헤세
77 아마 그 몇백 개를 다 합치면 정말 자기일지도 모르지 『생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
저자소개
책속에서
“쓸수록 마음은 온유해집니다”
자기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힘을 키우는 시간
생활의 흔적이 깃든 테이블 위에 읽다 만 책과 노트와 펜, 메모지들이 너저분하게 놓여 있습니다. 어수선한 풍경이 거슬리지는 않아요. 번뜩이는 통찰은 언제나 혼란 속에서 태어나거든요. 거실 불을 소등하고 작은 램프를 켜면, 편안한 혼란 속에서 밤의 독서 일과가 시작됩니다. 느린 템포의 음악을 이끄는 지휘자처럼 필사의 리듬에 사뿐히 올라탈 준비를 합니다. 지휘자가 악보를 펼치고 지휘봉을 든 채 숨을 가다듬듯이, 책과 노트를 펴고 펜을 든 채 숨을 고릅니다. 필사에도 음악처럼 프렐류드(prelude)가 있는 걸,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이제, 검은색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며 음표처럼 글자가 흘러나옵니다. 쓰기의 리듬 위에서 자유로이 유영하며, 때로 춤을 추듯 글자를 써 나가요. 쓸수록 마음은 온유해집니다. 밤의 정경은 더욱더 은은하게 깊어지고요. 지구 너머 존재들이 다정하게 묻습니다. 너의 하루는 어땠느냐고, 너의 요즘은 안녕하냐고. 대답이 어려울 때는 책 속의 문장을 대신 꺼내 보입니다.
고요를 말하기 전에, 먼저 소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흔히 고요는 나를 방해하는 미세한 잡음도 허락하지 않는 상태라고들 생각하지만 진정한 고요는 온갖 소리 안에서 진정되는 일이다.
공공장소에서 악을 쓰고 우는 아기의 울음소리와 아픈 사람의 멈추지 않는 기침, 한밤중 잠 못 들게 우는 귀뚜라미 소음과 미움과 분노로 얼룩진 내면의 소란 속에서도 몸과 마음의 여백을 발견해 보는 일이다. 생명은 언제나 약간의 소란을 품고 있다. 시끄러움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누구라도 빈 방에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면 미워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숨소리마저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아웅다웅 다투고, 아등바등 겨루는 지긋지긋한 삶의 북새통이 실은 얼마나 사랑스러운 풍경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닫게 될 것이다. 침묵은 귀하지만 소음의 우위에 놓지는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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