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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67181053
· 쪽수 : 368쪽
책 소개
책속에서
“실험실은 악취로 가득 찼다.”
연기와 악취 속에서 눈물을 흘리던 시리는 공포에 질린 채 거대한 박쥐를 연상케 하는 무언가가 실험실 안을 날아다니는 광경을 보았다. 날아다니는 박쥐처럼 사람들을 공격하는 모습과 그렇게 공격당한 사람들이 비명을 지 르며 쓰러지는 모습도 보았다. 시리의 눈앞에서 도망치려던 시종 하나가 질질 끌려가더니 책상에 처박힌 채 몸부림치며 부서진 플라스크와 탕기, 샘플 과 유리관 사이에서 피를 뿜으며 컥컥거리는 모습도 보았다.
쏟아진 액체들이 섞여 등잔에 쏟아졌다. 쉭쉭 소리를 내며 지독한 냄새 를 풍기더니, 실험실 안에서 밝은 불길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열기의 파도 가 연기를 사방으로 밀어내며 실험실 안을 매캐한 연기로 가득 채웠다. 시 리는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시리를 앉히기 위해 설치된 금속 의자에는 마르고 머리가 센, 우아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무릎 위에 머리를 빡빡 깎은 조수를 올려놓고 여유롭게 그 목을 물어 피를 빨고 있었다. 조수는 가느다란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경련을 일으켰는데, 힘이 빠진 팔과 다리는 박자를 맞 추듯 움직이고 있었다.
시체처럼 푸른 불꽃이 금속판으로 덮인 책상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시 험관과 유리관들이 소리를 내며 차례차례 폭발했다.
뱀파이어는 끝이 뾰족한 이빨을 희생자의 목에서 떼고 마노처럼 새카만 눈으로 시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런 기회가 가끔 있답니다. 도저히 마시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기회 말 이죠.”
마치 무언가를 설명하듯이 이야기하던 뱀파이어가 입술에 묻은 피를 빨 며 말했다.
“겁내지 말아요. 겁낼 것 없어요, 시리. 당신을 찾아서 기쁘군요. 내 이름 은 에미엘 레지스.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난 게롤트의 친구예요. 당신 을 구하려고 게롤트와 함께 이곳에 왔죠.”
마침내 찾았다. 그것도 상당히 빨리.
그들을 만난 것은 갑작스러웠다. 복도를 달리고 있다가 전혀 예상치 못 한 순간에 찾아낸 것이다. 그 광경에 손등의 핏줄에서 아드레날린이 튀어나 올 것만 같았다.
몇 명의 덩치들이 복도를 따라 예니퍼를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예니퍼 는 머리를 산발한 채 쇠사슬에 묶여 있었지만, 몸부림을 치고 발버둥을 치 며 부두 노동자처럼 거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게롤트는 덩치들이 놀랄 틈도 주지 않았다. 단 한 번, 단 한 명을 짧게 팔꿈치로 쳤을 뿐이었다. 덩치는 개처럼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더니 쿵 소리 와 쩔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벽 안에 들어 있는 갑옷에 머리를 박고는 피범 벅을 만들며 쓰러졌다.
나머지 세 명은 예니퍼를 놓고 옆으로 물러났다. 한 명만이 물러서지 않 은 채 예니퍼의 머리채를 휘어잡더니 단단히 채워진 디메리티움 목줄 바로 위에 칼을 겨누었다.
“가까이 다가오지 마! 목을 따버릴 거야! 장난이 아니라고!”
“나도 장난하는 건 아니야.”
게롤트는 칼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덩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덩치
는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예니퍼를 놓고는 나머지 무리에 합류했다. 모두 들 어느새 무기를 들고 있었다. 한 명은 벽면 조각상에서 골동품이지만 위 협적으로 보이는 미늘창을 집어 들었다. 모두들 몸을 낮추고, 공격할지 방 어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당신이 올 줄 알았어. 저놈들한테 위쳐의 칼이 얼마나 끝내주는지 보 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