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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7311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8-11-2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게롤트가 춤추듯 뒤척거리는 말을 진정시키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도 봤어. 바람도 달라졌더군. 바다 냄새를 싣고 오는 모양인데. 분명 날씨가 변할 거야. 가자. 그 뚱땡이 말 좀 빨리 몰아봐.”
“내 흑마의 이름은 페가수스야.”
“당연히 그러시겠지. 아, 이 엘프 말도 이름을 붙여볼까. 흠, 뭐라고 하지…….”
“로취는 어때?”
단델라이온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로취라…… 좋지.”
“게롤트.”
“왜?”
“지금까지 말에게 로취 말고 다른 이름을 준 적이 있긴 해?”
게롤트는 잠시 생각하더니 단델라이온을 재촉하며 대답했다.
“아니, 없어. 그보다 그 뚱땡이 페가수스 좀 빨리 몰아보라고, 단델라이온. 갈 길이 멀어.”
“당연하시겠지. 도대체 닐프가드까지는 얼마나 먼 거야?”
단델라이온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시리라는 이름을 아나?”
“이게 지금…….”
그러나 놈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회색빛 깃털이 달린 활이 가슴 한복판에 명중해 안장에서 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첫 번째 약탈자가 땅으로 추락하기도 전에, 게롤트의 귀에는 두 번째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 약탈자는 배 아래 쪽, 반바지를 추켜올리던 두 손 한가운데에 활을 맞았다. 놈은 짐승 같은 소리로 비명을 질렀고 몸이 푹 꺾인 채 쓰러지면서 울타리를 망가뜨렸다.
나머지 무리들이 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잡기도 전에, 게롤트가 그들 한가운데에 섰다. 드워프의 칼은 번쩍이며 노래를 불렀고, 깃털처럼 가볍고 날카로운 강철 칼날의 노래 속에는 피를 향한 강렬한 욕구가 담겨 있었다. 한번 베고 지나간 것들은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피가 게롤트의 얼굴로 쏟아졌지만 닦을 틈이 없었다.
약탈자들이 설령 싸울 생각이 있었다 하더라도, 쓰러지는 시체의 모습과 솟구치는 피를 보고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한 놈은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있다가 올리지도 못한 채 목을 반쯤 베이고는 아직 평화를 찾지 못한 남성을 흔들거리며 대자로 뻗었다. 옷을 죄다 벗어버린 다른 놈은 양팔로 머리를 감쌌지만, 그대로 양쪽 손목 모두 시힐에 잘려나갔다. 숨이 붙어 있는 놈들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며 달아났다. 게롤트는 그들을 쫓아가다가 또다시 무릎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에 욕을 내뱉었다. 다리가 갑자기 꺾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