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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술 맛 멋](/img_thumb2/9791167374974.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374974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4-11-3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부 시린 계절을 살아내게 하는 술
한 잔 술이 주는 기쁨 ― 동해와 설악을 품은 우리 술
산다는 것은 겨울에 따뜻한 것입디다 ― 겨울에 더욱 빛나는 소주
언제나 어디서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 충남 당진의 상록수
눈길을 걷는 어머니의 심정 ― 한국의 청주 서설
강쇠와 옹녀의 기운이 서린 한 잔 ― 지리산 기운 내린 강쇠
냇가에 내려놓은 마음 ― 한국의 보드카 무심
부드럽게 감싸 안고 위로하는 존재 ― 안동 맹개마을의 진맥소주
바쁘게 일하는 당신에게 건네는 한 잔 ― 여유소주로 가지는 여유
새하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까? ― 지리산에 어린 꽃잠
술 한 잔에 깃든 추억과 사랑과 시 ― 강원도 홍천에서 술 헤는 밤
도자기 길에서 읽는(讀) 독과 독(毒) ― 담을술공방의 주향소주
2부 시인의 눈물방울을 닮은 맛
내가 바라는 손님 ― 264 청포도 와인
달콤 쌉싸름한 막걸리 ― 청년 양조인의 팔팔막걸리
시인의 눈물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 서울의 술 삼해소주
하얗고 깊은 마음 ― 소나기를 닮은 삼양춘 탁주
시인의 마을에서 향수를 읽다 ― 막걸리 향수와 시인의 마을
붉게 물드는 제주의 4월 ― 동백꽃과 함께 피고 지는 마음
이방인이 쉬어가는 맑은바당 ― 제주의 푸른 자연을 담은 술
청귤 밭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 제주산 청귤과 한라산 벌꿀의 조화, 바띠
소중한 이에게 건네고 싶은 술 ― 제주의 땅에서 얻은 오메기 맑은 술
순수한 금을 얻는 과정 ― 인삼 증류주 야수 G
3부 삶의 진실함과 세월의 깊이를 품은 멋
맑고 정한 막걸리 ― 문경 희양산의 흰양이
길들일 수 없는 자유로운 새 ― 다양한 부재료의 향연, C막걸리
세월의 깊이를 품은 시와 술 ― 해와 달이 담긴 해월 약주
술과 문학과 친구를 읽는 밤 ― 지초와 난초의 향기로운 사귐
서촌의 정취와 낭만이 어린 술 ― 옛것을 입혀 새로워지는 서촌막걸리
지치고 외로운 여행자의 삶 ― 지역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오산의 술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나요? ― 한아양조의 일곱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발견한 도시 ― 건축가가 빚은 막걸리
삶의 진실한 보석 ― 보석막걸리와 춤을
보리수 그늘 아래서 ― 존재의 시원始原을 그리며 보리수 헤는 밤
문학과 자연 그리고 우리 술의 어우러짐 ― 연희동 문학창작촌과 양조장
나오며
미주
책속에서
작가와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난서증에 시달리던 헤밍웨이가 럼주로 만든 칵테일 다이키리를 마시며 《노인과 바다》를 쓰기 시작한 일화는 문학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만큼 유명하다. 그뿐 아니라 테네시 윌리엄스, 존 치버, 레이먼드 카버, 찰스 부코스키 등의 작품에도 술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작가들은 왜 이토록 술을 사랑할까?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다 보면 아무래도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마련이라 그것을 흘려 보내줄 술 한 모금이 절실해지는 것은 아닐까? 오로지 홀로 이어가는 글쓰기의 순간에 마시는 한 잔 술은 작가에게 가히 노동주이자 소울메이트라 칭할 법했다.
_ 〈한 잔 술이 주는 기쁨〉 중에서
외롭고, 춥고, 고단한 겨울밤. 차게 식은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상상을 해본다. 아랫목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느릿하니 눈을 부비며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하게’ 끓여낸 국수 한 그릇 말아 겨울소주와 함께 반상에 소박하게 올려놓는 모습. 나는 그 상상으로 들어가 술잔에 소주를 찰랑하게 채우고 한 모금 더 들이켜 본다. 입술과 목울대를 농밀하게 감싸다가 이내 가슴 저편에서 아스라이 따뜻해지는, 그것. 우리가 이 맑고 부드럽고 따스한 것을 잃지 않는다면, 아무리 시린 겨울에도 끝내 살아갈 수 있을 게다.
_ <산다는 것은 겨울에 따뜻한 것입디다〉 중에서
사람의 손으로 직접 빚는 막걸리는 날씨와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봄에 빚은 꽃잠과 가을에 빚은 꽃잠, 어제 빚은 꽃잠과 오늘 빚은 꽃잠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란다. 이토록 다양한 맛을 가진 꽃잠은 마시면 마실수록 빠져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설탕이 귀하던 시절에는 멥쌀에 누룩을 넣어 빚은 단양주만으로 단맛을 충분히 느꼈으리라. 그런 과거의 맛을 재현한 탁주가 바로 꽃잠이 아닐까? 꽃잠을 입안가득 머금고 꿀떡꿀떡 넘기니 쌀이 주는 풍성하고 다양한 맛에 눈이 떠졌다. 이것이 진짜 우리의 술이구나. 오래전 우리 삶을 달래주던 탁주가 이런 맛이었겠구나 싶어 왠지 모르게 아득한 감상에 빠지고 말았다.
_ 〈새하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