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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폐월; 초선전

[큰글자도서] 폐월; 초선전

박서련 (지은이)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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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폐월; 초선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큰글자도서] 폐월; 초선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374981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4-11-30

책 소개

《체공녀 강주룡》으로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전혀 다른 여성 서사를 만”나게 한다는 평을 받은 박서련이 다시 한번 전혀 다른 여성 서사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그의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달마저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폐월)’는 《삼국지》 속 등장인물, 초선이다.

목차

무명
자사
두화
초선
도화
폐월
봉선
중영
초선


작가의 말
발문

저자소개

박서련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짧은 소설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에세이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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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떠나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 남아도 좋다고 했지만 남고자 하는 아이는 없었다. 거기 있자면 계속 거지여야 했고 또 요괴여야 했다. 성을 나가서 황건군에 합류하면 우리는 거지도 요괴도 아닐 수 있었다.
사람이 되려고 우리는 성문을 나섰다.
겨우 사람이 되려고.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거짓말을 하다 보면 어느덧 그것이 참이 되기도 한다. 시늉도 백 번이 되고 천 번이 되면 더는 시늉이라 할 수 없게 되는 이치다. 하지만 신분만은 시늉으로 고칠 수 없다. 천출이 천 번 만 번 귀인 행세를 해봤자 무소용이다.
저 스스로 천하다는 것을 잊어야 진정으로 귀한 행세를 할 수 있는데, 천하지 않으려 애씀이 이미 천한 것이다. 제가 천한 것을 모르면 귀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불운하게도 나는 내가 천한 것을 알고 말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를 아는 사람은 천하에 나 하나뿐이어야 했다.


“내가 안다. 너는 이런 집안에 갇혀서 늙은이의 인형 노릇이나 할 사람이 아니다.”
미쳤구나.
내가 이 집에서 얼마나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 웃음을 꾹 눌러 참느라 정말이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인데?”
“너는…….”
대장은 또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내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너무 우스워서 웃음을 참다 얼이 빠져버릴 것 같았다.
네가 어쩔 건데? 온 예주의 백성과 군사를 다스리는 우리 아버지로부터 나를 어떻게 구하겠다는 건데. 몇 해간 네가 내게 해준 것을 다 합쳐도 아버지와 처음 만난 날 대접받은 것에는 미치지 못하는데 누가 누구로부터 누굴 구한다는 거야? 서로 떨어져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지낸 세월은 또 얼마인데 갑자기 이제 와서?
대장, 바보가 되었구나. 그렇게 똑똑하던 사람이 이제는 영 못쓰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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