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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폐월; 초선전](/img_thumb2/9791167374981.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374981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4-11-30
책 소개
목차
무명
자사
두화
초선
도화
폐월
봉선
중영
초선
나
작가의 말
발문
저자소개
책속에서
떠나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 남아도 좋다고 했지만 남고자 하는 아이는 없었다. 거기 있자면 계속 거지여야 했고 또 요괴여야 했다. 성을 나가서 황건군에 합류하면 우리는 거지도 요괴도 아닐 수 있었다.
사람이 되려고 우리는 성문을 나섰다.
겨우 사람이 되려고.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거짓말을 하다 보면 어느덧 그것이 참이 되기도 한다. 시늉도 백 번이 되고 천 번이 되면 더는 시늉이라 할 수 없게 되는 이치다. 하지만 신분만은 시늉으로 고칠 수 없다. 천출이 천 번 만 번 귀인 행세를 해봤자 무소용이다.
저 스스로 천하다는 것을 잊어야 진정으로 귀한 행세를 할 수 있는데, 천하지 않으려 애씀이 이미 천한 것이다. 제가 천한 것을 모르면 귀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불운하게도 나는 내가 천한 것을 알고 말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를 아는 사람은 천하에 나 하나뿐이어야 했다.
“내가 안다. 너는 이런 집안에 갇혀서 늙은이의 인형 노릇이나 할 사람이 아니다.”
미쳤구나.
내가 이 집에서 얼마나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 웃음을 꾹 눌러 참느라 정말이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인데?”
“너는…….”
대장은 또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내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너무 우스워서 웃음을 참다 얼이 빠져버릴 것 같았다.
네가 어쩔 건데? 온 예주의 백성과 군사를 다스리는 우리 아버지로부터 나를 어떻게 구하겠다는 건데. 몇 해간 네가 내게 해준 것을 다 합쳐도 아버지와 처음 만난 날 대접받은 것에는 미치지 못하는데 누가 누구로부터 누굴 구한다는 거야? 서로 떨어져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지낸 세월은 또 얼마인데 갑자기 이제 와서?
대장, 바보가 되었구나. 그렇게 똑똑하던 사람이 이제는 영 못쓰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