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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471123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3-06-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기록해두니 퍽 아름답다 004
1장 하마터면 놓칠 뻔한 가족
돌아가신 할머니 장롱에서 먹지 않은 약이 한가득 나왔다 012
가족에게도 간격이 필요한 까닭 015
반려동물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017
반려견의 행복에 대하여 019
부모님 시간도 빠르게 흐른다 021
아버지는 왜 담배를 피우실까? 023
그때 전화를 끊은 것이 후회됩니다 026
어머니가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까닭 028
자식에게 전화할 때 부모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031
아버지와 아들이 인삼을 재우는 까닭 033
할머니가 떠나고도 슬프지 않았던 이유 036
닭 목을 드시는 어머니 040
대구 아쿠아리움에서 뒤바뀐 보호자 042
아버지가 블루베리 잎을 가져온 까닭 044
아버지가 블루베리 잎을 가져온 까닭 – 뒷 이야기 046
부모님은 왜 주말드라마를 볼까? 048
할머니도 빠네를 드십니다 050
받은 세뱃돈, 드린 용돈 053
그대는 누구의 우산입니까? 056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058
제사 없는 명절 준비: 튀김 편 060
제사 없는 명절 준비: 헛제사밥 편 063
아버지께서 자연인이 되고 싶은 까닭 066
어머니, 자식을 생각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세요? 069
2장 하마터면 놓칠 뻔한 시장
언제까지 할까? 그 걱정 07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075
사람이 사라진 시장 주차장 077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다투는 까닭 079
‘감주’가 ‘식혜’라고요? 081
서문 시장에서 수제비를 먹다가 생긴 일 084
두 군데 반찬가게를 가는 이유 087
내 얼굴에 책임지는 방법 089
용인 시장 호떡집 사장님이 중얼거리는 이유 092
3장 하마터면 놓칠 뻔한 주변
긴 작별인사의 이유 096
뭐 하러 걱정까지 가불해 098
내가 가는 길이 틀렸다는 내비게이션 100
안경이 내게 적응하는 시간 102
달보고 들어가요 104
차장님이 믹스커피를 권하는 이유 106
2022년 마지막 맥도날드 초코콘 108
악수를 하는 이유 111
매년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이유 113
하는 일 없어도 마음으로 버텨주는 일 116
이천 백송과 반룡송을 아시나요? 118
떡살에 대하여 121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들 123
아이로 태어났다가 아이로 돌아간다 125
칭찬해주는 대로 성장한다 128
저축한 신뢰를 쓰는 중 130
이게 마라 전골인가? 132
도로에서 고된 삶을 끌고 가시는 분에 대하여 134
[속보] 퇴사라는 탈선, 인생 지연 중 136
서울의 교통체증을 잊은 커플에게 예약이란 없다 139
혼자 집에 가는 아이 143
대박 사건, 친구가 딸을 낳았다? 146
아버지가 된 친구의 외출 허가 결재 150
가끔은 길을 잃어도 좋다 153
그녀의 출근길은 왜 오르막일까? 156
4장 하마터면 놓칠 뻔한 카페, 독립서점
컵 안 깨진 게 어디야 160
엄마와 함께하기 위한 비용 6,000원 162
그녀가 초코 라테와 초코 마들렌을 주문하는 이유 165
이웃집 가게가 망했다 168
영업시간에 대하여 170
그녀는 청소를 하며 투덜거린다 172
저자소개
책속에서
별스럽게 특별한 날이 아니다. 오히려 판에 박힌 날에 더 가까운 날이다. 시장을 보고, 점심을 먹는다.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잠시 쓰기도 한다. 일 년이라는 퍼즐에 작은 조각일 뿐인 하루다. 기억에 남지 않는 날. 불행하지도,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하루.
글을 쓰고 난 뒤,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시장에서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실랑이를 벌이는 이유를 유심히 듣기도 하고, 산책하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어르신의 모습을 곁눈질로 보기도 한다. 오늘 먹은 점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머니에게 여쭤보기도 하고, 귀가가 늦으신 아버지가 어디를 다녀오셨는지 묻는다. 퇴근한 동생에게 오늘은 어땠는지 질문을 던지며 귀찮게 한다.
일상을 고운 체로 걸러내 마음 서랍에 제목으로 넣어둔다. 어떤 글은 빠르게 써지고, 어떤 글은 서랍에 오랜 기간 머문다.
꺼내진 이야기에는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실랑이가 아니라 정을 주고받고 계셨던 중이었고, 산책하는 동안 스친 동네 어르신은 자기 손자들을 자랑하기 바쁘시다. 점심에는 새로 만든 반찬 조리법을 알게 되고, 늦게 오신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출장을 다녀오신 모양이다. 동생은 오랜만에 오신 단골이 선물을 하나 전했다고 한다.
써 놓고 보니 별스럽지 않은 날, 판에 박힌 날이 사실은 아름다운 일상이었다.
글쓰기가 아니었으면, 흩어져버릴 날. 특별한 날이 아닌 오늘을 기억했을까? 난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운이 좋게 응원해주는 분들도 계시다. 은퇴한 뒤 하겠노라며 미뤄둔 일인 글쓰기. 용기를 내어 하게 된 글쓰기 덕분에, 퍽 아름다운 일상을 선물 받았다.
별다른 일 없는 판에 박힌 일상을 가만히 보며, 재미있는 일도, 교훈이 될 만한 일도, 감동될만한 일도 찾는다. 글쓰기는 그 순간을 잡아내는 일이다. 잡아낸 이야기를 흰 바탕에다 검은색 글씨로 박아내고 나면 꽤 괜찮은 하루를 느낀다.
희미하게 흩어진 날을 잡으러 간다. 복잡하게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생각을 체로 걸러본다. 낮은 농도의 생각을 증류해 진한 문장으로 만들어 낸다. 그렇게 내 일상을. 하마터면 놓칠 뻔한 내 일상을 그대와 나누고 싶다.
- ‘프롤로그 | 기록해두니 퍽 아름답다’ 중에서
“최근에 들은 이야기가 있어. 어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자녀들이 생전에 사셨던 집을 정리하러 갔지. 장롱 속에 약이 한가득 있었다는 거야. 나이가 들면 몸이 조금씩 고장 나거든.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말이야. 불편한 몸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는 약을 한사코 거부하신 거지.”
“그러면 왜 약은 받아오신 거예요? 드시지도 않으실 텐데.”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자식들이 병원에 가라고 아우성쳤을 테니까. 자식들이 걱정하지 않게 병원은 간 거지. 약도 잘 먹고 있노라 말했을 테고. 할머니는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 같아.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것일 수도 있고, 자녀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자식이 잘못한 일이네. 드시는 것까지 확인했어야지.”라며 비난할 사람을 찾았다. 이제 되었다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 따가웠다.
- ‘돌아가신 할머니 장롱에서 먹지 않은 약이 한가득 나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