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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560759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1-11-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_ 8
1장_ 엄마 없는 아이
어떤 이별의 시작 _ 16
나의 아메리카 _ 22
수건 한 장에 담긴 의미 _ 28
우리 막내 고모, 복자 _ 36
거짓말하던 날 _ 44
할머니의 떡볶이 _ 50
소녀들의 눈물 _ 56
프림의 맛과 젖은 티셔츠 _ 66
달마도가 걸린 집 _ 74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종이 한 장 _ 84
만약이라는 재회 _ 90
발을 두드리면 생각나는 아빠 _ 96
홍수 속으로 _ 102
우리 할머니 _ 110
2장_ 엄마 없는 엄마
청첩장 속 이름에 대해 _ 122
사랑이 스며든 이름 _ 128
육아의 기쁨과 슬픔 _ 134
복숭아와 벚꽃과 태몽 _ 140
그 여자의 나이. 스물넷 _ 146
나는 알 수 없는 내 생의 일부 _ 152
가을 소풍 도시락 _ 158
버려진 게 아니라 헤어진 거예요 _ 164
에필로그 _ 엄마도 가끔은 내 생각을 하겠지 _ 170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를 돌아보던 엄마의 얼굴은 또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미싱 앞에 앉아있던 서른도 안 된 엄마의 등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남겨진 삶의 무게와 나에 대한 책임감으로 눌린 굽은 등. 드르륵- 드르륵- 엄마는 가난을 피해 열심히 미싱 페달을 밟았지만 나아가는 건 천 쪼가리일 뿐 가난은 우리를 훨씬 앞서 기다렸다.
내게 화가 나서 나를 따돌리고 싶은 순간이 생기면 일부러 엄마, 아빠 이야기를 꺼내는 아이도 있었다. 느닷없이 어제 엄마가 옷을 사주었다 하더니 또 갑자기 자기 아빠 월급은 얼마인데 다들 아빠 월급이 얼마 정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다들 잘 알지도 못하는 아빠의 월급을 입에 올릴 때 난 혼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빠, 엄마에 대해어떤 말도 할 수 없던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 아이의 눈빛이 날이 바짝 선 불꽃같았다. 차라리 욕이나, 엄마 아빠도 없는 게-하면서 한 소리를 듣는 편이 나 역시 속 시원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교묘하게 상대방을 무안하고 창피하게 만드는 비겁한 행동이 어린아이의 순진한 표정을 하고 나타날 때면 나는 그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기가 힘들어, 자꾸 고개를 숙였다. 푹 꺼진 고개에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아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였다가 하늘을 바라보는 날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생겨났다.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엄마를 만나는 상상을 하곤 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자신을 고아원에 두고 떠났던 아픈 엄마와 재회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며 소매 끝에 눈물을 닦아내면서도 나는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나라면 어떨까. 이제 누구의 보호나 양육이 필요 없는 어른이 된 나와 앞으로 늙을 일밖에 남지 않은 엄마. 그런 엄마가 내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까. 아니면 더없이 무거운 짐이 될까. 드라마 속 주인공은 아픈 엄마를 보며 보고 싶었다고 우는데, 나는 왜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