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900258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살아남은 아이 9
작품해설 296
작가의 말 30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실을 증명하라는 요구는 때로 장해물이 된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이 혹 거짓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그러는 사이 진실을 주장할 용기는 사라져버린다
이 소설은 범죄/폭력이라는 단절을 목격한 이후로도 이어지는 삶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더 관심을 둔다. (……) 일상의 질서는 그들이 기존의 안전한 세계로 다시 돌아오길 기대하고 이를 해피엔딩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여성 생존자-목격자인 지희와 규연에게 그 행복이란 기괴하기만 하다. 해피엔딩에서 멈추지 않고 무엇인가를 더 말해보려는 사람은, 겨우 회복된 안온한 분위기를 망친다. 그러면 역설적이게도,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가로막는 악역을 자연스레 떠맡게 된다. 소설은 그렇게 악역이 되어버린 목격자 지희와 규연이, 더욱 악역이 되어 말하려는 고투를 담고 있다.
-김건형, 「작품해설」 중에서
지희의 휴대폰에는 남자의 사진이 한 장 더 저장되어 있었다. 유괴범의 영정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은정이 목사로부터 건네받은 후 다시 지희에게 보내준 것이었다. 지희는 은정이 자신에게 그 사진을 보낸 까닭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지희의 대답을 원하고 있었다. 이 얼굴이 맞다고 말해줘. 내 딸을 죽인 범인의 얼굴이라고.
“예전에도 그랬지. 넌 날 범인이라고 했어. 그다음엔 또 그랬지. 사실 기억이 안 난다고. 잘못 본 것 같다고. 매번 그런 식이야. 멋대로 상상하고, 함부로 말을 내뱉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지. 네가 어떻게 일을 망쳐놓는지 봐라. 넌 여전히 그대로야. 달라진 게 없어.”
“이번 일은 죄송해요. 그런데요, 전 제가 보고 느낀 게 전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 그런데 넌 왜 끝까지 네 주장을 지키지 못하지?”
“그건…….”
“너도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모르니까! 네 말의 신빙성은 딱 그 정도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