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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885812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침묵의 벽 7
우리 모두를 위한 일 37
란딩구바안 65
꾸미로부터 91
나의 이름은 123
베스트 컷 149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181
모래의 빛 211
나무에 대하여 251
작품해설 280
작가의 말 29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말을 하는 그의 발음이 꼬여 있어서, 나는 전혀 멀쩡하지 않은 것 같다며 웃어주었다. 거의 멀쩡한 게 아니라 완전히 멀쩡했어야 했다. 거의라는 말은 언제든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 아니, 사실은 괜찮아진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는 종종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환청을 이용하곤 했다. 어쩔 수 없어, 환청 때문이야, 그러니 날 이해해야 해. 한때 나는 내가 그를 바꾸어놓았다고 착각했다. 적어도 그에게 숨 돌릴 곳을 마련해주었다고. 그를 가여워했던 게 잘못이었다. 그건 내가 이해해야 할 영역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내 잘못인가.
―「침묵의 벽」
아이가 상황을 납득하고 자신의 의지를 굽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선뜻 그 지시를 따를 수가 없었다. 현지의 말이 옳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를 이해한다는 듯 쳐다보던 현지의 눈을 다시 마주하게 될까 두려웠다. 그 눈빛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당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이니까요’. 내가 현지를 설득하려 한다면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는 꼴이 될 터였다. 문제는 그 아이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었다. 막상 아이들이 내 도움을 바란다 해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였다. 현지와의 상담 이후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아무도 내게 도와달라 하지 않는다. 서명 용지에 내 이름을 적을 자리는 처음부터 없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