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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7901323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22-10-31
책 소개
목차
그림자밟기 여관의 괴담
오보로 터널의 괴담
도로도로 언덕의 괴담
냉동 멜론의 괴담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이상한 점은 이 두 가지에 그치지 않는다. 실내에 몸싸움을 벌인 흔적이 전혀 없는 데다 누나 몸에도 저항한 듯한 흔적은 없었다. 더욱 기묘한 건 누나를 묶은 접착테이프에서 누나 본인의 지문이 다수 발견됐다는 점이다. 상황만 따지면 마치 누나가 본인 의사로 다리와 손목에 테이프를 감은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실제로 실험해보니 누나와 비슷하게 스스로 접착테이프를 감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자기 눈꺼풀을 꿰매는 것도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 적어도 CCTV 카메라에 찍히지 않고 문이 잠긴 집에 드나들기보다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할머니가 불쑥 말했다.
“교코가 뭔가에 씐 것 아닐까?”
“뭔가에 씌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걔는 괴담을 쓰려고 심상치 않은 곳을 많이 돌아다녔잖니. 그러니 취재하러 갔던 곳에서 묘한 것에 씐 게 아닐까 싶어.”
_ 「그림자밟기 여관의 괴담」
그날 밤도 평소처럼 터널에 진입한 K 씨는 출구 부근에서 작은 사람 형체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어린애가 있더라고요.”
전조등 불빛에 비친 것은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치마를 입은 소녀였다. 이쪽에 등을 돌린 채 무릎을 끌어안은 자세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이른바 체육 수업을 받을 때 취하는 자세다.
이런 시간에 어째서?
K 씨가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소녀가 일어서서 몸을 돌렸다.
소녀에게는 머리가 없었다.
_ 「오보로 터널의 괴담」
해 질 무렵, W 씨는 혼자 D 언덕을 올라 이웃집으로 향했다.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고, 아직 주변이 밝았으므로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W 씨는 평소처럼 회람판을 전달하고 집에 돌아가려 했다. 그때 젊은 여자와 마주쳤다고 한다.
처음 보는 여자였지만 W 씨는 별 의심 없이 이웃집에 온 손님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여자를 지나치는 순간 갑자기 팔을 붙잡혔다. W 씨가 놀라자 여자는 W 씨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아니네”라고 말했다.
“그 여자 얼굴은 지금도 기억납니다. 피부가 납 인형처럼 새하얗고, 눈빛이 공허하니…….”
그래도 W 씨는 여자를 귀신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변태나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무서워서 여자의 손을 뿌리치자 W 씨의 팔은 허공을 갈랐다.
어느새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제야 W 씨는 여자가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_ 「도로도로 언덕의 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