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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903150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5-07-25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실 덕질이라는 건 말 이야, 그 헛짓거리를 하려고, 헛짓거리를 열정적으로 몰입해서 하려고 하는 거거든. 허공에다 살을 날리는 거랄까, 꽃으로 치장한 살 같은 걸. 그러니까 좋아 죽겠다, 라는 마음 말이야, 너무 좋아서 죽을 거 같은 그런 저주 같은 걸 나비 날개처럼 투명하고 곱게 접어서 하늘하늘 날리는 거. 세상에 진짜 고결한 거, 숭고한 거, 그런 건 헛짓인 줄 알면서 하는 헛짓거리뿐인 건 아닐까
이렇게 좋은 기운을 남들에게만 퍼주며 살고 있었네. 이제부터는 내가 내 팬이 되어보자. 그러자 복미영은 처음 최애를 발견했을 때와 같은 들뜨고 신나는 마음에 입 안 가득 말간 침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죄다 쓰레기였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결국엔 쓰레기로 판명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설마 나도. 그러나 상관없었다. 이런 것은 다 맥거핀에 불과하다고, 그때의 복미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팬클럽이 있다고 하시니까 궁금해서요. 팬이 있다는 건 어떻든 대단하신 분이라는 건데.”
“그건 아니고요.”
복미영이 민망해하며 웃더니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추스르며 중얼거렸다.
“제가 실은 좀, 그래요.”
“좀 그렇다니, 뭐가요?
“그게, 유명하지도 않고 대단치도 않아요. 그래서요.(……) 그러니까 팬클럽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위대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더 필요하잖아요, 팬클럽 같은 게. 그래서 제가 만들었어요, 복미영 팬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