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121003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21-12-20
책 소개
목차
0. 프롤로그-로맨스만 필요해 006
1. 여러모로 환상, 속의 그대 024
2. 왜 나는 너를 공유하는가 056
3. 괜찮아? 사랑이야?? 082
4. 내가 연애를 관둘 수 없는 (대략) 10가지 이유 109
5. 우아하고 계획적인 공유 연애 136
6. 먹고 기대하고 사랑하라 158
7. 당신이 데이트하는 사이에 194
8. 사랑한다는 말로도 이해가 되진 않는 225
9. 너흰 감동이었어 250
10. 그건 절대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278
11. 가장 보통의 기념일 302
12. 거짓말, 같은 시간 322
13. 홀로 같이 있는 사람들 344
작가의 말 36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럼 미래에게 최선은 무엇이었을까?
미래가 원하는 사랑은 각자의 자리를, 특히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누군가의 소유가 되고 싶지도, 누군가를 소유하고 싶지도 않았다.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수줍게 건넨 편지에 꾹꾹 눌러 쓴 ‘넌 내 꺼야!’라는 말을 보고 미래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차근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생리적인 반응처럼 마음이 싹 식었다.
이후 자연히 그 남자친구와는 사이가 멀어지게 됐는데, 몇 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 봤을 때는 그 마음도 이해가 되긴 했다. 생애 첫 여자친구에게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한 말을 해주고 싶었겠지.
그래서 미디어와 문화를 통해 학습된 말을 기계처럼 옮겨 적은 것뿐일 것이다.
“당연히 괜찮죠! 시원이가 미래 씨를 좋아한다고 해서 나를 안 좋아하는 게 아니고, 우리 사이는 변함이 없을 건데, 제가 안 괜찮을 이유가 뭐가 있어요? 그게 저희가 오픈 릴레이션십을 한다는 말의 의미인데요.”
“아…?”
“하, 미래 씨, 진짜 이거 너무 좋지 않아요??”
“…네?”
그러게, 누가 누굴 짠해해?
미래는 새삼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얄짤없는 이 구역의 뉴비.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데요, 오픈 릴레이션십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 이 사람하고 오래 만나고 싶어서 하는 거죠.”
“어어…. 그… 그런가요?”
남성들이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척하는 제스처를 하는 것은 연애의 흔한 클리셰 중에 하나다. 그런 남성은 대체로 귀엽고 낭만적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그 순간만큼은 상대 여성에 비해 약자로 보인다. 자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숨기면서까지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노력이 애처롭고 가상하게 포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미래에겐 그런 노력이 그렇게 귀여워 보이지가 않았다. 우선 그것은 명백히 목적이 있는 행동이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일종의 전략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 과정을 통해 여성의 마음을 얻고 나면, 잠시 남성이 약자처럼 보였던 균형은 놀랍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평이 되고, 계속해서 여성이 ‘까다롭게’ 굴지 않는 한, 너무 쉽게 남성에게 주도권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