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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68126886
· 쪽수 : 28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다리 놓는 사람들
1장 할머니들과 함께 ‘리틀 포레스트’를 살다 (두물머리 농부 김현숙)
2장 독거노인의 집에서 우리의 노년기를 엿보다 (서울 성북구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사업단 김진구)
3장 나는 ‘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요양보호사 이은주)
4장 노년의 이야기로 짓는 예술 (이야기청 프로젝트 육끼)
5장 씨앗을 지키고, 세대를 잇다 (환경운동연구가 김신효정)
2부 테두리를 넓히는 사람들
6장 호기심 가득한 장애여성 노인을 꿈꾸다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조미경)
7장 노년도 청년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어쓰)
8장 두려움이 우리의 미래를 압도하지 않도록 (홈리스행동 활동가 이동현·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9장 트랜스젠더‘의’ 나이듦, 또는 트랜스젠더‘와’ 나이듦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활동가 루인)
10장 늙은 사람 ‘되기’에는 준거집단이 필요하다 (생애구술사 작가·소설가 최현숙)
에필로그
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끔 나는 의도적으로 늙은이라는 말을 쓰는데, 바로 이 차이를 강조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노령자, 고령자, 노인, 노년, 노친네, (여성의 경우) 노파 등 나이 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도, 어감에 있어서나 듣는 사람의 기분에 있어서나 다 다르다. 노령자나 고령자는 주로 정부의 행정 문건에 등장하는 말이다. 노인은 나이 든 사람을 가리키는 가장 일상적인 용어이면서 당사자들이 결코 듣고 싶어 하지 않는 호칭이기도 하다. 노인이라는 말에 두껍게 달라붙어 있는 부정적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노년학이나 노년 인권을 비롯해 노년층의 존엄을 고민하는 영역에서 노년이라는 말을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내가 소녀일 때 ‘나답게’는 사회가 규정하는 ‘소녀답게’와 싸우며 협상한 결과이고,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을 때 ‘나답게’는 사회가 칭송하는 ‘엄마답게’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아 몸부림친 과정이다. ‘나답게’는 그렇게 생애 모든 단계에서 투쟁하고 타협하고 뛰쳐나가고 피 흘리며 항복하면서 구성되고 또 재구성되었다. ‘나답게 늙어가기’란 ‘나답게’ 살기 위해 경험한 그 모든 과정에서 배운 것을 기억하며, 그것의 되새김질 속에서 늙어감과 노년 되기와 노년으로 살아가기를 수행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밭이 있으면 작물을 심고, 먹고 남을 만큼 작물이 풍성하면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은 할머니 농부들이 따르는 밭의 논리일 테다. 유기 농부와 언니 동생 하며 이웃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로 약을 전혀 쓰지 않는 할머니의 의리 또한 밭의 논리에 사람의 관계를 보태는 할머니 나름의 자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