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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0461
· 쪽수 : 72쪽
· 출판일 : 2023-05-19
책 소개
목차
30년 전·13
어린 꿈·14
삐리 생각·15
가뭄타령·16
허수아비·17
민들레·18
和音·19
竹篇·1·20
竹篇·2·21
竹篇·3·22
균열·23
동행·24
이슬 보기·25
接石·26
늦꽃·28
雨中·29
鶴 접기·30
단풍놀이·31
어느 밤중·32
戱畵·33
빈 집·34
너에게·35
戀歌·36
명태·37
蘭·38
사과깎기·39
虛·40
貧者의 돌귀·41
다른 감나무·42
돌의 시간·43
나비祭·44
봄·밤·비·46
목련에서·47
잠자리 날다·48
갈대·50
해설 | 신경림_곧고 매디가 있는 대나무 같은 시편들·53
저자소개
책속에서
30년 전
― 1959년 겨울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어린 꿈
― 대대포 언덕의 어린 날의 꿈
내가 가난한 농사꾼의 아이였을 때
어린 내게는 아직 일러 농사 일도 없어서
심심찮은 밥벌이로 남의 소나 먹이다가
언덕에 풀어져 잠이 든 꿈에
하늘을 파랗게 쳐다보는 사람을 보고
쫓아와 주는 학이 있었습니다
빨그랑 햇덩이를 머리에 찍어 달고
목청 터지게 울음 울어
소 있는 내 곁에
神같이 내려앉아 주었습니다
나는 소 고삐 말아 쥔 채
다락 같은 학을 타고 하늘 높이
소를 몰아 날아올랐었지만
내 황홀했던 어린 날의 가장 어린 꿈이 되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 꿈이 그리워
숨이 가빠오른 채 이 시를 씁니다
삐리 생각
난장 튼 날 뜬쇠 판쇠 뒤를 따라서
집 떠난 지 석달 열흘 우리 삐리야
땅재주도 한바탕 못 부릴 바엔
온다온다 말만 말고 빨리 오너라
땟국물에 빈말도 그냥 좋으니
내일 모레 가을 가고 찬바람 몰아치면
우리 삐리 겨우살이 어찌 할꺼나
가을볕이 바람 속에 따갑게 흔들리면
없는 소리 징소리도 빈 귀에 헛들리고
삐리 또래 아이들이 알대추를 따 내는 짓거리만 봐도
있도 없는 찬바람에 등골이 오싹하고
그러더니 사나흘을 코감기로부터
싫고도 짜릿한 재채기를 쏟으며
우리 삐리 오기를 마냥 그리니
눈부시게 설쳐 대는 가을 햇살 등쌀에
삘그르니 막물 든 늦대추 몇 알도
삐리 돌아오기를 거들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