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logo
x
바코드검색
BOOKPRICE.co.kr
책, 도서 가격비교 사이트
바코드검색

인기 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검색가능 서점

도서목록 제공

소수자의 시 읽기

소수자의 시 읽기

황정산 (지은이)
황금알
20,000원

일반도서

검색중
서점 할인가 할인률 배송비 혜택/추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20,000원 -0% 0원
1,000원
19,000원 >
yes24 로딩중
교보문고 로딩중
11st 로딩중
영풍문고 로딩중
쿠팡 로딩중
쿠팡로켓 로딩중
G마켓 로딩중
notice_icon 검색 결과 내에 다른 책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고도서

검색중
서점 유형 등록개수 최저가 구매하기
로딩중

eBook

검색중
서점 정가 할인가 마일리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로딩중

책 이미지

소수자의 시 읽기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소수자의 시 읽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91168150645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3-11-27

책 소개

황정산 평론집 <소수자의 시 읽기>. 시인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들의 꿈을 대신하는 사람이다. 시는 자유의 다른 말이다. 때문에,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시와 시인은 비윤리적이다. 이런 자유와 윤리를 실천하기 위해 시인은 소수자여야 한다.

목차

1서문 ― 시인의 윤리와 소수자로서의 시인•4

제1부 소수자의 시 읽기
1. 시인은 무엇을?•14
― 김경성, 사윤수, 송승언 시인의 시들
2. 시인은 왜?•25
― 박성준, 윤은영, 이은규 시인의 시들
3. 시간에 대하여•36
― 이현호, 이영혜, 박수빈, 김종미, 박은정의 시
4. 새로움에 대항하는 세 가지 방식•45
― 김미연, 임승유, 최호빈의 시들
5. 잉여에 대하여•54
― 정재춘, 기혁, 황혜경 시인의 시들
6. 시가 넘어서는 세 가지•64
― 정혜영, 최윤희, 박현웅 시인의 시들
7. 시와 공포•73
― 황종권, 여성민, 조은설 시인의 시들
8. 고통의 언어와 고통의 기억•85
― 이범근, 정영미, 이해존 시인의 시들
9. 시와 초월•95
― 이루시아, 김준현, 이여원 시인의 시들
10. 불화의 기록•107
― 진순희, 최예슬, 신철규 시인의 시들
11. 새로운 시간을 위하여•120
― 한영수, 김밝은, 정지우 시인의 시들

제2부 소수자의 시 쓰기
1. 가족의 이름으로•134
― 김도우의 시들
2. 계획된 욕망과 욕망의 계획•143
― 김나영 시인의 시들
3. 안티오이디푸스•150
― 김혜영 시인의 시들
4.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슬픔을 안다•158
― 윤은경 시인의 시들
5. 시에 대해 시가 생각하다•164
― 안현심 시인의 시세계
6. 아이러니의 시학과 공존의 정신•172
― 오영미 시인의 시들
7. 내 몸속의 자연•180
― 안채영 시인의 시들
8. 기억하기와 돌아가기•188
― 박진하, 천유근 시인의 시들
9. 기억을 추억하는 기록•196
― 구석본 시인의 시들
10.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203
― 임덕기 시인의 시들
11. 아픔에 대하여•209
― 최도선 시인의 시들
12. 정상의 비정상화•217
― 김연종 시인의 시세계
13. 말의 힘, 시의 이유•224
― 이영식 시인의 시들
14. 위안과 치유로서의 시•233
― 이순희 시인의 시들
15. 벗어나기와 사라지기•242
― 김성희 시인의 시들
16. 없는 것들을 위하여•249
― 정준규 시인의 시들
17. 생각의 재탄생•256
― 김금용 시인의 최근 시들
18. 세상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다•263
― 신미균 시인의 시들
19. 여행의 목적•270
― 우대식 시인의 여행 시들
20. 절망과 희망의 변증법•276
― 박정이 시인의 시들
21. 투명함에 대하여•283
― 박형준 시인의 시들
22. 변하는 것들을 위한 찬가•291
― 진란 시인의 시세계
23. 늑대의 시간을 위하여•297
― 강희안 시인의 시들

제3부 시가 있는 단상들
1. 토마토에 대하여•306
2. 색깔에 대하여•311
3. 슬픔에 대하여•316
4. 냄새에 대하여•321
5. 소름에 대하여•327
6. 귀찮음에 대하여•333
7. 흔들림에 대하여•342
8. 낯선 것에 대하여•350
9. 상상력에 대하여•355
10. 벗어남에 대하여•360

책속에서

제1부 소수자의 시 읽기

1. 시인은 무엇을?
― 김경성, 사윤수, 송승언 시인의 시들


들어가며

시인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희망을 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들을 따르게 하는 것은 시인들의 역할이 아니라 정치가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런 희망이 크게 실현된 적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이 희망을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로 만들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이용할 뿐이다.
시인은 위안을 주는 사람도 아니다. 사람들의 정신적 상처를 위로하고 사라진 삶의 지표를 새롭게 세워주는 역할은 시인이 아니라 종교인이나 때로 ‘국민 멘토’라 일컬어지기도 하는 몇몇 도덕군자들의 몫이다. 이들 역시 현실적인 삶의 고통과 사회적인 모순에서 오는 인간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 단지 이 모든 문제를 개인의 차원에서 잠시 잊게 만들어 줄 뿐이다.
시인은 또한 쾌락과 오락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TV만 켜면 쏟아지는 대중문화에서 훨씬 많이 또 자극적인 형태로 제공해 준다. 하지만 그것으로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쾌락과 오락은 현실의 고통을 잊게 만들고 결국 우리를 거기에 길들여지도록 할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시인은 뭐 하는 사람들이고 시는 도대체 무엇에 소용되는 것일까? 여기에 다룰 신진 시인들이 이 점에 대답해 준다. 그만큼 이들의 시는 진지하다는 말이기도 하고 이들의 시가 보여준 언어사용과 시적 주제가 탄탄하고 깊이가 있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1. 오래된 것들에 대하여

김경성의 시는 한 마디로 속도에 대한 저항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속도가 지배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유행과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상품, 이런 변하는 세상에서 오래된 것들은 낡은 것이 되고 사라지고 무시되어야 할 것이 되고 만다. 오죽 하면 “변해야 산다.”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하지만 잠시 뒤로 물러서 누구를 위한 변화를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경성의 시는 바로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백 년이 넘는 시간이 폭설에 무너졌다 생살이 찢기어지고 뼈마디가 툭툭 부러졌다
 
중심을 잡아주는 뿌리는 지층 속의 기운을 받아들였던 곳
우지끈 부러질 때, 울음의 파문은 바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거북이 등 같은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다 
 
…(중략)…

상처에 고여있는 나무의 울음이 출렁이고
내 안에서 자라는 울음의 나무는 숲이 되어서 
심하게 흔들린다
  - 「울음의 바깥」 부분

시인은 태풍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보고 아픔을 느끼고 있다. 백 년이 넘은 나무가 한순간의 태풍에 무너졌다는 것은 급격한 변화의 하나다. 세월에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뀌듯이 오래된 나무가 부러지고 무너지고 때로 고사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변화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런데 시인은 왜 이런 변화에 이토록 “내 안에서 자라는 울음”이라고 할 정도로 슬퍼하고 있을까? 그것은 이 변화가 주체를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심하게 흔들린다”라고 표현했듯이 나무는 뿌리로 중심을 잡고 큰 가지로 하늘을 떠받드는 나무의 본성은 점차 사라져 갈 운명에 처하리라는 것을 시인은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서고의 열쇠를 잃어버렸다 
바다에 빠트린 열쇠를 찾으려면 아침을 기다려야 한다
 
초승달이 바닷물에 옅은 빛을 내려놓을 때 바다는 초승달 빛만큼의 길을 물 위에 그려놓았다
 
새벽안개가 바다 안쪽까지 감싸 안은 팔을 풀어놓자 거짓말처럼 서고의 문이 열렸다 누군가 읽다가 접어놓고 간 책을 펼치니 흠뻑 젖어있다
 
별들이 사산한 불가사리가 책꽂이 아래에 떨어져 있다 무엇을 움켜쥐고 있었는지 불가사리의 다섯 손가락이 아직도 구부러져 있다
 
끝이 아니라고 잠시 뒤돌아 나가는 썰물의 끝자락을 움켜쥐었지만 나는 끝내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습한 서고에 앉아서 읽지 못하는 상형문자를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툭 하고 어깨를 치고 가는 바람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주저앉아
한 생애를 다 보낼 것만 같았던 봄날이었다 
- 「오래된 서고」 부분

시인은 바다를 오래된 서고로 비유하고 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많은 것들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순환과 그 속에서 수 억 년을 지내며 만들어진 온갖 자연물들이 만들어 놓은 흔적들은 그 어떤 책보다도 풍부한 정보와 역사를 담고 있기에 그것이 서고라는 시인의 비유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시인은 그 서고가 오래되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이 오래된 것들을 잊고 지내고 있으므로 시인은 그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정보에 목말라 한다. 오래된 것들은 이미 시효를 상실했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무엇인가가 우리를 좀 더 발전시켜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지러울 정도로 속도를 추구한다. 하지만 시인은 오래된 바다에서 그곳의 오래된 언어를 찾고자 한다. 거기에 우리가 보지 못한 진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시인 역시 그 오래된 언어 속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한다. “툭 하고 어깨를 치고 가는 바람” 즉 현실의 저항이 있기 때문이다.


2.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큰 믿음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다는 인간의 욕망을 누군가 끊임없이 부추긴다. 이 부추김으로 사람들은 물건을 만들고 돈을 벌고 또 소비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까? 사윤수 시인은 이를 의심한다.

눈은 내리지 않았다 마른 나무에 휘감아 놓은 루미나리에가 나무에게 빛나는 축복인지 뜨거운 사슬인지, 내가 그것을 보는지 그 무수한 불의 눈이 나를 보는지 유행이 지난 인식론의 입구에서 나는 잠시 헤매었다

…(중략)…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의 주소는 어디인가 내 기다림은 성탄이나 눈(雪)이 아니다 암묵적인 합의의 신호와 숫자들, 지금은 503번 버스를 기다린다 다른 등번호를 달고 누가 먼저 달려와 준다면 나는 기다림의 대상을 바꿀 수 있을까 겨울이 봄날 같으면 축복인지 난감한 일인지 어룽거리는 햇살 속에 진눈깨비 흩날린다 버스는 오지 않고 여기, 늙은 눈물이 시큰거리는 겨울 오후
- 「겨울 미로」 부분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고 인식하는 주체를 스스로 반성한다는 것은 인식론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이 시에서 “유행이 지난”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처럼 이미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나는 이미 내가 가진 것으로 규정되어 있고 내 존재의 의미는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따라 만들어진다. 이러한 세계에서는 위의 인용한 두 번째 연에서처럼 모든 것이 숫자로 설명된다. 사물의 본질이나 그것을 인식하는 주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가 없다. 나의 모든 것은 내가 아닌 숫자에 의해 모두 규정되고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 의미를 갖는 내가 아니라 숫자로 규정된 나, 즉 연봉의 액수, 아파트의 평수, 차의 배기량으로 규정된 나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런 현대사회에 사는 인간들은 누구나 없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을 마주하는 숭고를 경험하게 된다. 시인은 그런 경험을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누구에게 바치는 옷 한 벌이

이토록 크고 높은가

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

아득한 고딕 궁륭 아래

모두 죄인이거나 천국에 가까워지려거나

이 불편한 인간의 자리

병을 주고 약을 파네

그대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신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처음 그대가 살던 그곳으로 돌아가라.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치 않다. 빨리 떠나거라.
- 「쾰른 대성당」 전문

물론 이 시는 쾰른 대성당을 본 숭고한 광경을 노래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쾰른 대성당은 우리 시대 도처에 존재한다. 내가 살 수 없는 고급 아파트, 내가 도달할 수 없는 좋은 직장, 내가 가볼 수 없는 고급 호텔이 모두 쾰른 대성당이다. 도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앞에서 항상 얼쩡거리며 살고 있다. 시인은 거기에 대고 “빨리 떠나거라”라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인용해서 우리를 나무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떠나지 못한다. 성당에 가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자본의 힘 앞에서 얼쩡거려야 우리의 모든 욕망이 충족되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모두들 바벨의 탑을 쌓고 또 기어오른다. 현대사회의 거대한 욕망과 그 욕망의 조직화는 우리를 어쩔 수 없는 무력감으로 이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우리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헛된 환상을 심어주어 이 무력감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겪는 모든 좌절과 그 상처는 그래서 생긴다. 사윤수 시인은 숭고의 경험을 통해 이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권유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좌절은 겸손과 아량으로 변화한다. 그게 바로 “그대가 살던 그곳”인지 모를 일이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이 포스팅은 제휴마케팅이 포함된 광고로 커미션을 지급 받습니다.
도서 DB 제공 : 알라딘 서점(www.aladin.co.kr)
최근 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