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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0935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4-10-31
책 소개
목차
1부
비명悲鳴·12
느리고 하염없는 슬픔·13
그 벽·14
언젠가 우리가 꿈을 꾸듯이·16
그리운 시절·18
산불·20
오징어 파티·22
초상화 시리즈·24
악마의 입술·26
죽음의 축제·28
비교하지 마·30
밤 1시 30분·32
정답이 없다·33
2부
냉혹한 사랑·36
첨단尖端을 위하여·37
저수지, 묵직한 그 흐름 속에는·40
힘이 세상을 누른다·42
한파·44
격노激怒·46
우두커니·48
난장판·50
격렬비열도·52
나는 그렇게 살다가·54
일장춘몽一場春夢·58
환락·60
3부
시계추에 기대어·62
퇴폐 속으로·67
사랑의 방식·68
죽음의 키스·70
산갈치·72
빈곤의 철학자·74
두 장의 얼굴·76
관점·78
흘러내리는 말들·80
바다가 있다·82
거기 주인처럼·84
세월·85
4부
방생放生·88
밤하늘에 새파란 별이 뜨고 지는데·89
두려운 밤·92
군무群舞·94
보란 듯이·96
고맙다·98
하얀 평화·100
옛날에 금잔디 동산·101
입이 없다·104
만화방창萬化方暢·105
개미에게·106
국경에 대하여·108
무덤이 그렇게 서 있는 이유·110
해설 | 유성호_사물과의 친화와 결속을 통한 ‘사랑’의 시학·112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
비명悲鳴
창밖으로 몸을 던진다, 차마 날지 못하는 어린 새처럼
수직으로 낙하하는 흰 공포의 시간
마침내 땅바닥을 쳐서 붉게 물들인 피의,
내가 있다
느리고 하염없는 슬픔
장엄하고 느리고 슬픔에 빠져 있는
비극적 선율이
조금씩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후의 길은 이렇게 차갑고 냉정하고 섬세한 구조로
짜여 있는 것일까
미쳐버린 새들은 둥지를 떠나 북쪽 하늘가를 날고 있고
귀를 닫아버린 아이들은 정처 없이 골목을 떠돌아다니는데
우리는 이제 입을 틀어막고, 가슴을 바짝 움켜쥐고, 처참한 애도를
드러내야 하나
장송곡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데,
우리는 외마디 비명처럼 하얗게 얼어붙은 몸으로
벌거숭이 된 채 서 있다
그 벽
사람의 혈관은
약 10만 킬로미터의 무한 협곡을 거쳐
처음 떠났던 심장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딱 23초
놀라운 압박을 수용하며 흡입과 분출을 자유롭게 감당하는
혈관이 당신과 나에게 있음으로서 평등하게 살아가는
그 이유가 되는 것인데
오, 거룩한 노동의 만찬이여
그리고
가혹한 피의 순결이여
오늘 아침
23초 피의 흐름을 끊고 자결한
성추행당한 여군 중사가 있다, 소름 끼치는
전율이 마구 흘러내리는
그때, 넘을 수 없었던
그
벽!
*2021년 5월, 모 공군부대에서 남성 상관에게 성추행당한 이예람 중사의 비극을 그린 시. 2024년 7월 20일 이 중사는 극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