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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폭발

조용한 폭발

이수익 (지은이)
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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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폭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조용한 폭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05652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0-06-19

책 소개

황금알 시인선 211권. 이수익 시인의 견고한 정서와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물화 과정을 거쳐서, ‘인간의 삶의 고통과 비극’을 껴안으며 써온 허무의 낭만주의의 그 마지막 후편일 것이다. ‘냉정하게 비극의 본질’을 보여주면서, 시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헌신의 기록이 될 것이다.

목차

1부

포커페이스·12
생존·14
잠시 지나가는·16
나를 낳으실 제·17
돌멩이 하나·18
벼랑 끝에 잠들다·20
성게·22
괴물·24
누드화·26
죽어도 좋아·28
움직이는 사막·29
불가사리·32
생명·34
골목길·35

2부

자두, 굴러가는 생각·38
하얀 얼굴·40
가벼워!·41
각본·42
고래·44
오라, 겨울이여·46
숙취·48
터전·50
차디찬 손·52
담배는 달다·54
희수喜壽·56
동성애자 1·57
동성애자 2·58
자존심·60

3부

그런 새벽에·64
사라졌다·66
빚·68
클로즈업·70
귀머거리·72
아마도 그럴 거야·74
어머니·77
나의 자유·78
잡초·80
모서리가 불안해·82
몇 마디·84
떠나야 할 당신·85
숲은 유령처럼·86
풍진세상·88

4부

여백·90
화음 한 줄기·92
영화 팬·93
함께 놀았다·94
행복·96
빗줄기 속을 헤치면서·98
셔틀콕·101
굴욕·102
아마존의 슬픔·104
슬픔이 얼굴을 덮고서·106
비둘기 죽음·108
두 손에 대하여·110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112
오, 일곱 개의 포도 잎과·114

시인의 산문
서정시 속의 리얼리즘·116

저자소개

이수익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42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사범학교를 거쳐 서울대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 그 이후 동인지 『현대시』에 들어가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저서로는 1969년 첫 시집 『우울한 샹송』을 펴내고 이어서 『야간열차』 『슬픔의 핵』 『단순한 기쁨』 『그리고 너를 위하여』 『아득한 봄』 『푸른 추억의 빵』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처음으로 사랑을 들었다』 『천년의 강』 『침묵의 여울』 『조용한 폭발』 그리고 이번에 내는 『비애의 술잔』이 14번째 시집이다. 시선집으로는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불과 얼음의 콘서트』 『그리운 악마』 『결빙의 아버지』 등이 있고, 시전집으로는 『이수익시전집』이 있다.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협상, 지훈문학상, 공초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시와편견문학상, 부산시문화상(문학부분)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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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1부

포커페이스


고양이가
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지는
4천여 년 전의 일이라고 하지만

고양이는 그것을
제 자신이 전혀 모르는 일 같기도 하고
또는 알면서도 그저 모르는 척
할 수도 있는 것

그렇게 고양이는 전혀 포커페이스의
은밀한 양동 작전에 휘말린 채 허우적거리는
우리들을
찬찬히 바라다보고 있는, 그 민첩한 교활성
때문에

나는
고양이가 좋다
고양이의 우아한 발톱과 유혹적인, 날 선 눈빛
캄캄하게 내부를 숨겨둔 채 하얗게 피어오르는 교만함과
질투, 앙칼스럽지만 상대적으로 외교적 처세법을 터득한
고양이에게
나는
최고의 훈장을 수여하고 싶다

모두들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만
믿어대는 우리 바보들에게
고양이, 너의 화려하고도 세련된 기품을
전해주고 싶다


생존


악에 받친 듯이
독을 품고 커다랗게 입을 벌린 족속, 아귀
아귀는

죽여 달라는 것이다
아니, 살고 봐야겠다는 것이다

낚싯대에 걸려든
이 치욕스러운 순간이
허망하게 단 한 번 칼질에 쓰러져
버리기에는

너무,
너무나도 억울해!

강한 이빨로 생존을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는
경골어류
한 마리가
하얗게 악을 쓰면서 소리치고 있다, 병원

중환자실
그 어느 자리에서인가
40대의 젊은 가장 한 사람이,


잠시 지나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들이 울려 퍼졌다
귀신이 앞을 가로 막고 선 듯
날카로운 속성의 끔찍한 징후들이 몇 초간
이어졌다

액자 속의 여자가 하얗게
웃었다

나는 그때야 고개를 내밀고서
난간 저 아래로 굽이치는 사람들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검은 상복을 입은 무리들이 춤추며 노래하다가
서로서로 어울리는 모습들이
대낮 같았다

처음으로 꽃들이
물들면서
환히 피어났다
머무르지 않고서, 잠시 지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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