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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68223240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4-11-1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하나, 조
둘, 노마
셋, 조
넷, 노마
다섯, 조
여섯, 노마
일곱, 조
여덟, 노마
아홉, 조
열, 노마
열하나, 조
열둘, 노마
열셋, 조
열넷, 노마
열다섯, 루시
열여섯, 조
열일곱, 루시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꿈속에서, 나는 그 밤 장면에 섞여 있었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빠의 웃음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외동딸인데 오빠라니, 이상한 일이었다. 몸이 떨렸다. 모닥불 옆에 있던 그 여자가 다시 돌아섰다. 나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녀가 왜 계속 어둠 속에 숨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냄새, 목소리가 익숙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돌보느라 거칠어진 손으로 천둥 번개 속에서 나를 달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수수께끼였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늘 검은 실루엣이었다. 눈동자 색도, 입술의 분홍빛도, 세월의 흐름을 가늠할 눈가 주름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밤에만 존재했다.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나는 슬픈 마음이 되어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보려 애썼다. 아는 사람이 분명한데, 이름을 부르려고 하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혀가 입 바닥에 붙어 목구멍에 떨리는 느낌만 있을 뿐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나면 슬픔이 차올라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현명한 사람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행동이 그걸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배운 것들이 있었다. 루시를 잃어버린 후부터 메인을 영원히 떠나기 전까지 계속 내 머릿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찾을 수 없는 사람을 찾는 건 힘든 일이라는 것. 그리고 누구든, 자기 친어머니의 마음속에 자리한 이를 대신한다는 건 더더욱 힘든 일이라는 것. 루시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말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루시는 그 숲에 없었다. 그리고 설사 내가 틀렸고 루시의 작은 몸이 오직 태양과 달만을 친구 삼아 거기 어딘가에 아직 누워 있다 하더라도, 나는 루시를 그런 식으로는, 죽어서 뼈만 남은 모습으로는 찾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루시를 찾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찾아다녔다. 찾아다닌다는 건 우리가 여전히 루시에게 관심이 있고 여전히 루시를 사랑한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