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큰글자책] 인문무크지 아크 5호 : 소통](/img_thumb2/979116826136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학회/무크/계간지
· ISBN : 9791168261365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3-10-20
목차
허동윤 · 소통에 대한 사색과 실천을 위해
고영란 · Editor’s letter
이성철 ·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장현정 · 모든 것엔 금이 가 있다. 그래야 빛이 들어온다.
정희준 · 소통 금지 사회의 기원, 그리고 매개 소통 사회의 이면
황규관 · 자신과의 대화로서의 소통
김형곤 ·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이기준 ·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존재와 소통
류영진 · 일본적 소통으로 나아가는 한국, 한국적 소통을 시도하는 일본
강동진 · 큰 테이블에서 시작된 소통 이야기
조봉권 · 나는 왜 늘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할까
유 숙 ·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고윤정 · 소통의 기술
김지현 · 흰 콩떡 먹기
차윤석 · 공간, 그리고 소통
이한석 · 육지와 바다의 매개 공간, 워터프런트
김종기 · 소통 : 억압, 차별, 배제를 넘어
조재휘 · <접속>1997에서 <헤어질 결심>2022으로
심상교 · 신은 존재한다. 고로 나는 소통한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당장, 인문 人文 이라는 말을 살펴봐도 곧이곧대로 풀어보면 ‘인간의 상처’를 의미한다. 아마도 한자에서 가장 중요한 글자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문 文 ’이라는 글자일 텐데 어원상으로는 사람의 몸에 상처를 낸다는 의미이고 이렇게 상처 낸 자리가 바로 하늘, 세계,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의미이니 인문학은 인간의 상처, 존재의 틈, 갈라진 곳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 인문적 인간이란 상처 입은 인간이고, 그 상처를 통로 삼아 세상과 소통하는 인간이다. 그러니 상처 없는 인간과 소통하기란, 문 없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일만큼이나 막막할 수밖에 없다. ‘문 文 ’, 즉 상처가 곧 통로이고 혈 穴 이다.
‘초연결사회 Hyper-Connected Society’가 도래했다지만 직접, 쌍방향 소통보다는 특정 모임이나 군집 속 공지나 광고가 더 많아지는 듯하다. 공지는 소통이 아니다. 특히 직접 대화나 전화와는 달리 소셜미디어 앞에서는 뻔뻔해져서인지 일단 던져놓고 보는 일방적 메시지도 많이 접한다. 이러한 ‘아님 말고’ 식의 소통술은 소통의 인스턴트화, 캐주얼화라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인간 간 신뢰를 저해한다. 소통을 대화보다는 공지나 통보 수준으로 몰고 가는, 일종의 ‘변종 소통’의 등장이다. 이제 인간 사이의 인간다운 소통은 부차적인 것이 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언어라는 것이 진리의 사태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테크놀로지의 언어를 포집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돌아가야 할 길은 나온 셈이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나 고성능 디지털카메라에 기대려는 문학적 시도들에 맞서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 수양의 문제가 아니라 파편화에 맞선 생태주의적 시도이기도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넘어서는 실천의 일보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