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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68341647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4-01-30
책 소개
목차
1. 끈
2. 프랭키 보이
3. 배려 같은 것
4. 작은 코트
5. 최고 지도자, 만세!
6. 줄에 묶인 동물
7. 린다
8. 삶의 의미
9. 세상에서 가장 안 좋은 감정
10. 견과 먹을래?
11. 할리우드
12. 브로
13. 행성
14. 바보들
15. 상태가 아주 안 좋은 둘
16. 다 괜찮아질 거야
17. 나는 숲으로 들어갔다
18. 사랑하는 프랭키에게
19. 마지막 말
리뷰
책속에서
그러니까 상황은 이랬다. 나는 용기를 모두 그러모아 창턱에 뛰어올라서 안을 들여다봤다. 남자는 목에 끈을 건 채 의자 위에 서 있었다.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좋은 의미로 놀란 건 아니었고, 그 시선이 불길했다. 입을 잉어처럼 벌리고 나에게 뭔가 말했지만, 그는 유리 저편에, 나는 이편에 있으니 당연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눈을 깜박이기 시작했다. 인간 여러분을 위해 여기서 중요한 정보를 하나 더 말해주겠다. 고양이의 눈 깜박임은 미소와 비슷하다. 눈 깜박임은 만사 오케이, 나 기분 좋아, 이런 뜻이다. 그래서 유리창 앞에서 미친 듯이 눈을 깜박였지만, 남자는 뚱보 하인츠만큼이나 멍청한지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나를 향해 팔을 마구 내저었다. 나는 ‘어이, 멋지다! 당신을 이해해’라는 의미로 오른쪽 앞발을 들었다.
끈을 가지고 놀면 원래 몸짓이 요란해지는 법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남자의 몸짓은 어딘지 섬뜩했다. 그래서 나는 진정하려고 두 다리 사이를 할짝할짝 핥았다. 너무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뭘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프랭키, 이제 어쩌지?’
“프랭키. 꼭 묻고 싶은 게 있어. 솔직하게 대답해줘! 내가 미쳤나? 솔직하게 말해!”
나: “아니. 으음, 내 생각에는 아니야.”
골드: “이게 바로 증거야! 누군가 고양이에게 자기가 돌았는지 물어보고 고양이의 대답을 듣는다면, 그 사람은 돈 거지! 이게 증거라고!”
그런 다음 골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안락의자에 구슬프게 늘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눈을 감더니 한 무리의 늑대처럼 코를 골았다. 그래도 어쨌든 좋은 대화를 나누긴 했다.
나는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가 무진장 푹신한 침대가 있는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너무 흥분한 상태라서 창턱에 뛰어올라, 나의 낡은 욕조가 있는 작은 언덕을 환하게 비추는 달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프랭키, 이 정신 나간 놈.’ 아무도 내 말을 믿지 못할 터였다. 나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
나는 골드에게 “내 목에 줄을 묶지 마!” 라고 했다.
“아, 프랭키. 그러지 마.”
“절대 안 돼!”
“딱 한 번만 하자.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알잖아!”
“세터를 봐. 저 아이도 줄에 묶였잖아.”
“걔는 개니까!”
“그래, 알아.”
“알긴 뭘 알아! 동물에는 다섯 종류가 있어. 우리에 사는 동물, 무리 지어 사는 동물, 짐을 나르는 동물, 줄에 묶인 동물, 그리고 자유로운 동물. 거기에 몇몇 하위 유형과 잡종이 더해지지. 나 같은 자유로운 동물은 무척 존경받아. 제일 우위에 있다고. 짐을 나르거나 무리 지어 살거나 우리에 사는 동물은…… 으음, 중간이야. 하지만 줄에 묶인 동물들은 가장 하위에 있지. 자발적으로 인간의 노예가 됐기 때문이야. ‘줄에 묶인 동물’이라는 말은 심한 욕설이라고! 언젠가 지빠귀가 나더러 줄에 묶인 동물이라고 하기에 내가 곧바로 머리를 뜯어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