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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8341807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4-03-25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4부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종종 투명인간이 되어, 낯선 이의 스치는 시선이나 차창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내 몸매를 상기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꾸곤 했다. 종종 내가 젊은 여성이 아니라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인생 항로가 달랐을지, 또는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을지, 또는 더 많은 힘을 가졌을지 궁금해지곤 했다. 덜 의식하고, 거의 생각하지도 않고, 단지 내 일부일 뿐인 육체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려 노력했다.
나는 방세, 지하철 요금, 식료품비, 혹은 망가진 물건을 교체할 돈 등등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만큼의 돈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은 내가 태어난 곳보다 더 크고, 내가 마땅히 누릴 만한 것보다 더 큰 것이었다. 나는 끼니를 거르고 절약한 돈으로 어둡고 끈적끈적한 바에서 일렉트릭 피플과 와인 잔을 기울이거나,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밤에 버스를 타고 위층에 앉아 휘황찬란하게 약동하는 건물들을 구경하며 도시를 돌아다녔다. 마치 그 눈부신 광채가 모두 내 것인 양 말이다. (…) 가장자리의 가시 돋친 공간이 나의 안식처가 되었고, 그로 인해 내가 스스로에게 가지고 있던, 다른 사람들만큼 많이 누릴 자격이 없고 가능한 한 적게 차지해야 한다는 믿음이 입증되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맞은편으로 갈 수 있는지, 언제나 모든 것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지, 안전하고 따뜻하며 배부르게 살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당신은 용감한 것 같아.” 당신이 테이블 위의 음식을 가리키며 거듭 말한다. “이게 당신한테 힘든 일이라는 걸 알아.”
당신의 손에서 내 손을 빼낸다. 물속에서 느긋하던 당신의 몸이 떠오르자 내 아랫배에서 열기가 확 타오른다.
“아니.” 내 목구멍이 조여든다. “당신은 몰라.” 당신이 친절하게 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잘난 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용감해지고 싶지 않다. 그저 평범해지고 싶고, 들쭉날쭉한 가장자리에 걸려 찢어지지 않고 세상을 헤쳐 나가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