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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의 발자국

눈 위의 발자국

호리 다쓰오 (지은이), 문헌정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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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의 발자국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눈 위의 발자국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68362390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2-03-28

책 소개

호리 다쓰오는 소소한 일상적 사물에 대한 사랑, 지극히 보통 감정에 대한 공감으로 작품을 채웠다. 일상적인 사물과 감정을 보다 높고, 보다 보편적인 세계에 연결하는 일, 호리는 그것에서 자기실현의 길을 찾고 또 그 사명을 실현할 목표를 발견해 냈다.

목차

잔설
썰매 위에서
목련꽃
조루리사의 봄
두견새
광야
고향 사람
눈 위의 발자국

작품 해설
호리 다쓰오 연보

저자소개

호리 다쓰오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0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23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만나 1927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사사받았다. 1929년 도쿄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롤레타리아 문학과 예술파 문학의 영향을 골고루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불안정한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신선한 심리주의적 묘사라는 문학 세계를 꿋꿋이 고수했으며, 사랑을 통해 죽음을 넘어선 곳에서 진정한 생을 발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이를 통해 사소설(私小說) 중심이었던 당시 일본 소설의 흐름에서 ‘지어낸 이야기(픽션)’로 낭만파 문학 형식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쟁 말기부터 결핵 증상이 악화되어 전후에는 작품 활동을 중단한 채로 요양하다 1953년 사망했다. 시의 감수성을 지닌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대표작으로는 『성가족(聖家族)』 『아름다운 마을(美しい村)』 『바람이 분다(風立ち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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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정 (옮긴이)    정보 더보기
강릉원주대학교 일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호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일본 근대문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어일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일본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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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솔직히 말해 나는 아내의 그런 대꾸에는 어떤 불평도 늘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저쪽 산에 목련꽃이 피어 있대. 구경 좀 해 보고 싶소.” “어머, 그걸 못 봤어요?” 아내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많이 피어 있었는데….” “거짓말 좀 하지 마.” 이번에는 내가 자못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무리 책을 보고 있어도, 지금 어떤 풍경이고, 어떤 꽃이 피었는지 정도는 잘 알고 있거든요….” “뭐, 어쩌다 우연히 본 거겠지. 나는 기소가와강만 쭉 보고 있었어. 강 쪽으로는….” “봐요, 저기에 하나.” 아내가 갑자기 나를 가로막고 산을 가리켰다. “어디에?” 나는 아내가 말해 준 곳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거기에서는 고작 희끄무레한 뭔가를 얼핏 보았을 뿐이다. “방금 봤던 게 목련꽃일까?” 나는 넋이 나간 듯 말했다.다만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그런 아내의 주의를 창밖으로 돌려, 근처 산마루에서 새하얀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 있는 목련 나무 한두 그루를 찾아내 여행의 정취를 함께 맛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그런 대답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냥 조금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 「목련꽃」 중에서


그 뒤로 나는 거의 정신 나간 사람처럼, 거기 발 아래로 넣어진 남편의 편지를 찢어 버리지 않고 손에 들고 봤더니, 이 어찌 된 일인가, 내가 사복시정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찢어 낸 부분을 반대로 그분한테 보여 준 거였다. 게다가 잘못 보여 준 종이 끝이 절반쯤 더 뜯겨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곧바로 나로서는 그 엷은 구름에 가려진 으스름달이 희미하게 비치는 툇마루 가장자리에서 사복시정이 돌아갈 때 뭔가 자꾸 흥얼거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사복시정한테 보여 줬던 종잇조각 바로 뒷면에, 당시 나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잔뜩 휘갈겨 낙서한 상태였다는 걸 그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새삼스레 어떤 망아지가 따르리요….” 나는 별안간 입 밖으로 튀어나온 그 글귀에 가슴이 미어지면서도, 왠지 모르게 나데시코의 슬픈 눈빛이 공연히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내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금세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은 듯한 나데시코의 귀여운 눈빛이, 이제껏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그날 밤에는 유독 내 눈앞을 언제까지고 떠나지 않았다.
― 「두견새」 중에서


“자네는 교토에서 왔다던데?” 장관은 자리에 움츠리고 앉은 여자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위로하듯 물었다. “….” 여자는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는 몇 해 전 일을 떠올렸다. 몇 해 전에는, 시골에서 상경한 알지도 못하는 사내에게 몸을 맡기고 교토를 떠나야 했던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가엾었다. 그리고 그때는 상대편 사내나 누구에게도 멸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은 그 상대가 오히려 대단한 분이니만큼, 그런 상대가 말하는 대로 하려고 하는 자기 자신이 왠지 스스로 생각해도 조롱당하는 듯하고─또 아무리 상대한테 멸시받아도 별수 없는─공연히 쓸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남들 눈에 띄기보다는 여태껏 그러했듯 아무도 모르게 하녀로 덧없이 묻혀 지내는 게 얼마나 더 나은 삶인지 미처 몰랐다…. “나는 자네를 어디서 본 듯 이상하게도 신경이 쓰이는구나.” 남자는 차분하게 말했다. 남자가 무슨 말을 해도 여자는 여전히 소매를 얼굴에 가져다 대고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저택 밖에서 마침 호수의 물결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광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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