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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86561904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4-08-31
책 소개
목차
늦여름 1940 6
X 씨의 수첩 1929 40
잠든 사람 1929 48
얼굴 1933 68
옮긴이의 말 99
작가 연보 108
리뷰
책속에서
오늘 아침 갑자기 마음이 움직여서 가루이자와(軽井沢)에서 지내는 산속 집을 잠시 떠나 노지리(野尻)호수에 왔다. 실은 어제 오랜만에 마을에 내려간 김에 과자라도 사서 돌아갈까 싶었는데 가게들이 대부분 장사를 마친 상황이었다. 마을 외곽까지 가서야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아메리칸 베이커리를 발견하고 뛰어 들어갔지만 사고 싶은 것이 거의 없었다. 바움쿠헨 밑동 부분이 남아 있었는데 그마저도 절반밖에 없어서 좋아하는 빵이지만 차마 손이 나가지 않았다.
- 「늦여름」 중에서
처음에는 가루이자와도 조금 물리기 시작했으니 시가(志賀)고원, 도가쿠시(戸隠)산, 노지리호수 등을 돌 수 있는 만큼 돌아보고 내년 여름을 보낼 곳을 지금부터 물색하려고 했다. 하지만 쉽게 지치는 내 체력을 고려해 일단은 가장 편한 코스인 노지리호수로 왔다. 어쩐지 외국인들이 가는 곳만 쫓아다니는 것 같아 석연치 않은 마음도 들지만, 그들이 찾아내는 곳에는 놓치기 아까운 재미가 있었다. 사람들이 잘 모를 법한 산속에서 신기하게도 이국적인 풍경을 찾아내는데, 고국을 떠난 이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향수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산속에서 여름을 보내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겠지만, 불편을 참고 그들의 방식으로 길들인 것이다. 그런 곳이 내 마음을 끄는 것 같다.
- 「늦여름」 중에서
어쩐지 오늘은 굉장히 좋은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에 아래층에서 세수하고 올라와서 어제 보던 작은 책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하지만 막상 좋은 날을 대놓고 기다린다는 기분이 들자, 딱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았다. 우선 오늘 아침은 안개가 짙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날이 흐려서 하늘도 호수도 온통 옅은 먹색이었다. 묘코산도 구로히메산도 구름 없이 윤곽만 뿌옇고 희미하게 보였다. 이대로 온종일 흐릴 것 같은 불안한 흐린 날씨였다. 날이 흐리면 어딜 나가도 소용이 없을 테니 날이 갤 때까지 조용히 책이나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게 가장 나다운 방법이다. 이 책을 읽으러 일부러 이 호수에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 「늦여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