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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8363113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2-05-27
책 소개
목차
1부 상처의 시간
대야
연희
잔상
손
가난
배신
노예
아빠
기준
2부 정화의 수순
수용
회심
직면
화해
만남
용서
변화
3부 의식의 향연
상처
길
저항
선택
4부 사랑의 심연
먼지
눈과 마음
대립
만찬
죽음
만족
그런 사람
기쁜 소식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난은 ‘없어서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고,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으며,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늘 가난했던 우리 가족은 세평 단칸방에 얹혀살았다. 주인댁과 함께 사는 작은 집에 세를 들어 살았는데 옆방에는 주인집 아들인 승혁이 형이 살고 있었다. 승혁이 형은 늘 누나와 나를 괴롭혔다. 모욕적인 말로 우리를 조롱하고 물건을 던졌다. 그러나 형보다 힘이 약했던 나는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괴롭히면 괴롭히는 대로 당할 뿐이었다.
어른이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는 일곱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한동네에서 자란 나와 내 친구들이다. 우리는 비슷한 아픔이 있었다. 그것은 대체로 가정에서 겪었던 폭력과 상실에 관한 아픔이었다.
가정에서 열등했던 우리는 함께 있을 때 우월감을 느꼈다. 또래 아이들보다 운동을 곧잘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내 친구들이 있어서 폭력이 두렵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나는 엄마에게 어떠한 모습과 태도를 바랐다. 다정한 말투로 나를 살갑게 대해주기를 바라고, 늦으면 전화해 주기를 바라고, 걱정하며 보살펴주기를 바랐다. 엄마는 그런 것들이 간섭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거짓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엄마는, 엄마에게 없는 성향을 억지로 내색할 수는 없었다. 또 살가움을 느껴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다정한 표현은 어색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노력해 주었다. 내가 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보살펴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럴 때면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했다. 이러면 이런다고 싫어하고, 저러면 저런다고 싫어하는 것은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