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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8412262
· 쪽수 : 174쪽
· 출판일 : 2022-06-30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뽀얗고, 굴곡진, 어떤 덩어리.
눈을 떴을 때, 정체불명의 물체가 코앞에 놓여 있었다. 색깔이나 표면의 느낌으로 보아 지점토 같은 것이 아닐까 싶은데. 어째서 이런 물체가 내 침대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어젯밤에 술을 진탕 마셨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필름이 끊기지 않고서야 이런 걸 기억 못 할 리는 없을 텐데.
“뭐야, 이거….”
“내가 네 조수가 될게!”
걸음을 멈춘 달이 의아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담백하게 물었다.
“왜?”
나는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말들을 되는 대로 뭉쳐서 내뱉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네가 명령어를 수행하는 걸 돕는 것이 내 명령어니까! 그러니까 내가 내 명령어를 수행하려면 너를 따라가야만 해! 그게 내 사명이라고 지금 정했거든?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그러니까 나도 같이 데려가줘!”
쟁반같이 둥근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달.
그 오묘한 표정에서 마치 은은한 광채가 비치는 것만 같았다.
“나에게는 은혜를 갚고 싶어 하는 특성이 있어. 그러니까 네가 내 곁에 있어준다고 하면, 난 너와 함께 바다에 가는 명령어를 설정할 거야. 지금 아까워서 쉽게 지우지 못하고 있는 바다 속의 기억들, 전부 다 지워도 괜찮아. 나랑 다시 가서 채우면 되니까.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구든,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열수분출구든, 너의 메모리에서 그 데이터가 지워질 때마다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그러니까, 계속 같이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