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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91168418035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4-04-19
책 소개
목차
첫 번째 세탁물: 첫사랑 손수건
두 번째 세탁물: 바쁘다 바빠 셔츠
세 번째 세탁물: 상실 속싸개
네 번째 세탁물: 작별 배낭
다섯 번째 세탁물: 자신감 가방
여섯 번째 세탁물: 비밀 축구화
일곱 번째 세탁물: 통제 스웨터
여덟 번째 세탁물: 망각 목도리
아홉 번째 세탁물: 과거의 기억
저자 후기: 이야기는 곧 인생
리뷰
책속에서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그녀가 부모님 집에서 독립해 나오기 전날 밤에 엄마가 손에 억지로 통장을 들려주던 순간이었다. 엄마는 그게 그녀를 위해 어릴 때부터 모아온 거라고 말했다. 그 통장은 지저분했고 예치된 금액도 터무니없이 적었다. 딱 봐도 일고여덟 페이지는 되는 통장이었는데, 입출금 내역은 첫 번째 페이지에 그쳤고 그 뒤로는 텅 비어 있었다.
눈빛이 싸늘해질 정도로 적은 금액이었다. 엄마는 어떻게 이걸 날 위해 어릴 때부터 모아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통장에는 입금한 내역만 있고 출금한 내역은 없었다. 그토록 더러워진 건 아마도 아버지에게 들킬까 봐 엄마가 앞치마 주머니에 꼭꼭 숨겼기 때문일 것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겨우 하루를 살아갈 수 있던 엄마에게 통장에 가득한 ‘여백’은 어쩌면 노력의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_ ‘두 번째 세탁물: 바쁘다 바빠 셔츠’ 중에서
“맞아요. 손님은 엄마고, 아파할 자격이 있어요.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말로 표현되지 않죠. 또 내려놓으라고 한다고 해서 내려놓아지지도 않고요.”
“아파하는 것 말고 제가 또 뭘 할 수 있을까요?”
“작별 인사를 하는 거요.”
“작별 인사요?”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는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기회가 있을 때 작별 인사를 잘한 사람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요.”
_ ‘세 번째 세탁물: 상실 속싸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