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552135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11-30
목차
5 시인의 말
6 추천사_김시철 (시인, 전 국제PEN클럽 이사장)_문학이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제1부 산골 밤 풍경
14 외할머니
15 외삼촌
16 외할아버지
17 이모부
18 아버지
20 친정엄마
21 새잡이
22 이모의 주술
24 복덩이
25 흉터
26 산골 밤 풍경
28 다락방에 두고 온 열한 살
30 천일야화
32 아기 씨앗
33 이불 속에서 발가락이 컸다
34 입술편지
36 팬티 브라자
37 무식한 아이
38 숨기장난 종쳤다 영영 종쳤다
40 토란 싹
제2부 묵어리 장닭
42 못난이 남매
43 첫사랑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44 달빛 팽이
46 도도 아가씨
48 묵어리 장닭
50 사두님 옥체 일향만강 하오십니까
52 결혼식장에서
53 전설의 하모니카
54 큰오빠
56 막내 오빠
57 어떤 한(限)
58 오동나무 궤짝
59 작은고모
60 곰국
62 칼국수의 비밀
63 멀리 보는 눈
제3부 어떤 위안
66 박경리를 읽다
68 이인분의 통곡
70 윤모촌 선생님
72 아이와 할아버지
74 어떤 위안
제4부 신선놀음
76 생명의 기하학
77 책
78 거기 누구 없소?
79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지만
80 시(詩) 1
81 신선놀음
82 시(詩) 2
83 투정
84 소설에게
85 생(生)
제5부 마지막 나들이
88 쥐새끼
90 귀향
94 언니의 과거
95 천금의 미소
96 지지배가 이게 뭐여?
97 어떤 장자
98 셋째 올케
99 한양 오빠
100 서울편물점
102 큰고모
104 마지막 나들이
제6부 가족사진
108 청님이
109 황영기
110 김지숙
112 찬경오빠
114 주한이
116 별난 이별
118 가족사진
저자소개
책속에서
*친정엄마
마흔이 넘은 엄마에게 사람들은 새댁이라고 불렀다
단정한 쪽머리에 물색 한복을 입은 엄마가 내 눈에도 새댁처럼 고왔다 양 볼에는 발그레 홍조가 떠 있고 살짝 내리뜬 눈가에는 어떤 슬픈 그늘이 드리워지고 소리 나지 않는 발걸음도 나직한 음정도 갓 시집온 새댁 같았다
입덧이 심한 임신부나 병을 앓고 난 이웃들은 엄마가 해주는 밥이 먹고 싶다며 자꾸 우리집을 드나들었다 엄마는 이웃집 산모(産母)가 아기를 낳았을 때도 산후조리를 할 때도 그들을 딸처럼 돌보았다 제사 때 쓰려고 아끼던 찹쌀 참기름 깨 미역 등 산모에게 좋다는 걸 죄 가져다 먹였다 마을 사람들은 늬 엄마 그늘 덕에 우리가 먹고 살았다고 그 어려운 시절 우리가 견뎠다고 눈가를 붉혔다 나는 요즘 와서 엄마를 다르게 생각한다 혹 외할머니에 대한 그 상처 벗어나려고 복 짓는 일에 온몸 바쳐 헌신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안쓰러움이 들 때면 나는 ‘다정한 친정엄마’가 되어 엄마를 꼭 안아주고 싶다
*이모의 주술
이모는 나를 손녀딸 대하듯 했다
첩첩 산골에 사는 12남매 이종들이 들로 산으로 제각기 일하러 나가면 이모는 나를 아궁이 앞으로 불러 앉혔다 어서 먹어라 입이 하 많아서 따루 챙겨주고 싶어도 이놈 걸리고 저놈 걸리고 우리 공주님 입에 들어갈 차례가 없으니 어서 어서 먹거라
이모는 어서 먹어라 재촉하면서 체할라 물 마시고 천천히 먹어라 그러다가 어서 먹어라 천천히 먹거라 또 어서 먹어라 애들 오기 전에 어서 먹거라 이모가 주는 그것이 뭐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초가지붕 위에서 말린 지푸라기 붙은 말랑말랑한 찐 고구마거나 찌그러진 콩엿이거나 호박 풀때기거나 호두 조금 넣은 찐빵이거나 우리집에서는 지천이어서 먹지도 않는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누가 오나 망보면서 자꾸 내 입에 먹을 것을 들이밀었다
자녀들에겐 유난히 엄한 이모부 무릎에 내가 날름 앉거나 어깨에 매달리면 이모 입에서는 연신 주술 같은 언어가 쏟아져 나왔다 아유 저년은 복도 많지 복도 많어 왼식구덜이 저년 밥이지 밥이여
내 얼굴을 씻기면서도 ㅤㅈㅢㅤ어매 닮아서 어쩌면 요렇게 뽀얗고 이쁘냐고 요년은 얼굴도 이쁘고 궁뎅이두 이쁘고 젖두 이쁘고 안 이쁜 곳이 있으야지 어휴 복두 많지 복두 많어 하며 허허허 웃었다 이모는 딸을 둘씩이나 두었는데도 그 언니들 다 커버려서인지 나만 보면 허허허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이모에게 많이 웃으면 푼수뎅이라고 사람들이 숭본다고 얕보이면 안 된다고 이모의 입을 틀어막고 웃는 법을 가르치려 들었다 그래도 이모는 나만 보면 허허허 웃었다 너만 오면 집안이 환하다 여 와서 살래? 꼬드겼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