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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612228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3-12-20
책 소개
목차
아이 캔 두 이모
해 뜰 날
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
모니터링하는 시간
추천사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모는 글을 모른다고 했지만 내가 볼 때 한글뿐 아니라 영어 알파벳도 쓸 줄 알았어요. 게다가 미군부대에서 일을 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가게에 온 외국인 손님을 보고 ‘나이스 미츄’ ‘웨어 아유 프롬’ ‘ㅤㅇㅝㅅ 두유 워너 잇?’ 같은 말이 술술 나오는 걸 봤거든요. 그러니 이모가 아주 늦게까지 한글을 몰라서 애를 먹었다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단지 엄마나 이모 나이의 어른들이 그렇듯이 국민학교에서 겨우 한글과 숫자를 터득하고 더 이상 교육을 못 받은 걸 가지고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알았죠. (…)
그때 이모는 마치 한글을 하나둘 깨친 어린애가 엄마한테 잘한다고 칭찬받으려고 하는 모습이었어요. 또 이모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게 한 자 두 자 쓰고 또 써서 스스로 터득한 한글이니까 맞는지 확인해보고 칭찬받고 싶은 거였군요. 그 일은 사실을 몰라서 이모를 오해했던 일 중 하나랍니다.
_「아이 캔 두 이모」 중에서
우리 집사람이 날 보고 뭐라는 줄 알아? 수의사가 아니라 장의사라고 농담을 해. 나도 부득이 가축을 살처분해야 할 때가 많이 있거든. 내가 가축을 죽인다고 생각하면 그 일을 절대로 못 해. 그래서 그때마다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곤 해. 이건 죽이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살리고 더 많은 가축을 살리는 길이다, 전염병으로 씨가 마를 수 있는데 이건 불씨를 보존하고 보관하는 유일한 길이다, 하고.
_「해 뜰 날」 중에서
막내 얼굴이 요즘 부쩍 상해 있었다. 마음 다잡고 새로 벌인 일이 잘 안되는 것 같았다. 지난번 내려왔을 때 마당가를 서성이며 받는 전화 내용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게다가 개 문제만 해도 그랬다. 갑자기 불어난 개 열 마리를 서울에서는 도저히 키울 수 없어서 잠시 시골집으로 데려가는 거라고 했지만 그건 핑계 같았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된 게 틀림없었다. 오 여사는 모든 게 저 지지리 복 없는 며느리 탓으로 여겨졌다.
_「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 중에서